해외 기관에 문턱 낮추는 외환시장…RFI 활성화 쟁점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노요빈 기자 = 외환당국이 지난 7월 구조개선 이후 시장의 추가적인 개방과 규제 완화의 폭과 속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해외 외국환업무 취급기관(RFI)의 시장 참여가 더디게 이뤄지면서 당국은 진입 문턱을 낮추는 대책을 여럿 발표했다.
이런 대책에 대해 일부 서울 외은 지점에서는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한다. RFI가 활성화할수록 지점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외환시장운영협의회(외시협)은 지난 23일 운영위원회 기관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해 ▲해외 외국환업무 취급기관(RFI)의 업무대행기관 크레딧라인 사용 ▲역외에서의 거주자 환전 단계적 허용 ▲RFI 경상거래 허용 ▲ eFX(무인거래) 허용시 운용방안 등 4가지 쟁점에 대해 시장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달 초 정부는 외환건전성협의회(외건협)을 개최해 외환시장 야간 거래를 활성화하고 RFI의 진입 문턱을 낮출 수 있는 추가대책을 발표했다.
◇ RFI의 대행기관 라인 직접 활용…세부 절차 확정 숙제
특히 눈길을 끈 것이 RFI가 업무대행 기관의 크레딧 라인을 받아서 쓰는 부분이다.
기존에 대행기관을 통해 직거래가 가능했던 부분에 더해 크레딧 라인을 확보하지 않고도 RFI로 등록해 대행기관의 크레딧 라인을 나누어 쓰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간담회에서는 외국계은행의 경우 외은 서울지점에서 그룹 내 RFI 업무대행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RFI가 서울지점의 크레딧라인을 저금통처럼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은 서울지점은 크레딧 라인만 제공하고 달러-원 거래의 대부분이 해외 지점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외은 지점은 아시아 시간대를 제외한 시간 대에 RFI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거래와 백투백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대행기관이 RFI를 위한 전산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세부적인 절차를 마련이라는 숙제도 남았다.
◇ RFI의 거주자 환전 추가 허용할까…시장 활성화 시점 관건
RFI의 거주자 환전의 단계적 허용과 관련해서는 시중은행과 외은지점의 입장이 갈린다.
현재는 2단계까지 허용했다. 국내에 은행간 딜러가 남아 거주자 물량을 RFI의 은행간 딜러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지금 고민하는 부분은 3단계로 국내에 은행 간 딜러가 남지않고 세일즈 딜러를 통해 곧바로 RFI 딜러에 물량을 넘기는 것이다.
시중은행은 야간데스크 운영과 관련해 지속가능한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3단계를 허용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해당 논의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국내 세일즈와 RFI 딜러 간 투자자 보호 이슈가 발생할 수 있고, 아직 유동성이 부족해 당장 효과가 나오기는 어려워 시간을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국내 은행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일부 외은지점은 3단계 허용 시 서울지점에 세일즈 인력만 남게 될 가능성이 있어 나머지 인력의 서울 상주가 필요 없다면 지점이 축소되거나 철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3단계 허용 여부를 연내에 결정할 계획이다.
◇ 경상거래·eFX도 장기 과제…당국, 의견 수렴 단계
세번째 이슈인 RFI 경상거래는 장기적으로 검토가 진행돼야 할 과제로 평가됐다.
eFX와 관련해서는 외은 지점이 이미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시중은행은 기관마다 보유한 시스템이나 플랫폼의 차이가 크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원하는 것은 휴먼 딜러를 두지 않는 것인데 아직은 밤에 딜러를 두지 않는 것은 부담스러운 입장"이라면서 "허용 여부를 떠나 eFX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미국계나 유럽계 은행은 자동거래가 자리를 잡았다. 이미 주식 거래 등에 적용한 지 오래"라면서 "국내은행은 이제야 플랫폼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무인 방향 자체는 맞는데 국내기관은 기술 성숙도가 달라 감독 기관 입장에서도 고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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