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알고리즘·댓글 조작해 PB상품 우대…과징금 1천400억 및 고발
편집 김민준
(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쿠팡이 자체브랜드(PB) 상품 판매를 늘리고자 검색순위를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우호적인 댓글을 달아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13일 쿠팡과 자회사 씨피엘비(CPLB)가 공정거래법상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를 한 데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천400억원을 부과하고 쿠팡과 씨피엘비를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통업체에 부과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규모로, 2023년 8월 이후 위법행위는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라 추후 늘어날 수 있다.
쿠팡은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 1위 사업자로, 검색순위 산정 기준을 정하고 상품을 중개하는 플랫폼이자 자사 상품의 판매자다.
플랫폼은 온라인 시장에서 심판이면서 동시에 플레이어로 활동할 수 있어 이중적 지위에서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 제기됐는데 이번 사건으로 이러한 우려가 다시 확인됐다.
쿠팡은 물류센터를 대폭 확충하고 중개상품 중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직매입으로 전환하는 등 2018년부터 직매입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2019년부터는 매출총이익 향상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직매입상품의 검색순위 조정 등을 시작했다.
◇ 객관적이라던 '쿠팡랭킹' 조작돼
쿠팡은 소비자 반응을 토대로 상품 검색순위인 '쿠팡랭킹' 알고리즘을 운영 중으로, 2019년 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세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6만여개의 자기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쿠팡이 객관적 데이터로 상품 검색 순위를 제공한다고 했기에 높은 검색순위는 소비자 구매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들은 상위에 노출된 쿠팡 상품이 판매량 등 객관적 지표에 근거한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
쿠팡은 이러한 알고리즘 사용이 위법할 수 있음을 인식했음에도 자사 상품을 계속 상단에 위치시켰다.
그 결과 검색 상위에 노출된 자기 상품의 노출 수, 총매출액이 크게 늘었고 21만개 입점업체는 쿠팡에서 판매하는 중개상품을 높은 검색순위에 올리기 어렵게 됐다.
공정위는 검색순위 조작으로 상품들의 판매가격도 올랐다고 지적했다.
입점업체들이 가격을 내려도 상위에 노출되지 않아 가격을 내릴 유인이 없고 쿠팡도 검색 상단이 보장되기에 가격을 내릴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 직원 동원해 별점 몰아주기
쿠팡은 같은 기간에 2천여명의 임직원에게 PB상품에 긍정적 후기를 달고 높은 벌점을 부여하도록 해 PB상품이 검색순위 상위에 노출되기 유리하게 했다.
쿠팡은 조직적으로 후기를 작성해 초기 2년간 출시된 PB상품의 78%에 높은 별점을 부여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구매후기 수와 평균 벌점이 검색순위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었다며 인지도 낮은 PB상품 판매를 늘릴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구매후기를 늘리고 별점을 높여 검색순위를 올렸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공정위 1차 현장조사 전까지는 임직원이 구매후기를 썼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고 입점업체는 쿠팡과 달리 임직원을 이용해 구매후기를 작성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선택이 저해됐고 높은 별점을 받은 PB상품 판매량이 늘어났지만, 다른 상품 판매량은 감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이번 조치로 소비자의 합리적 상품 선택권과 공정 경쟁이 보장돼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직원 동원 댓글 작성을 신고한 참여연대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조직적 알고리즘 조작 등을 사전 규제하기 힘들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규제와 공정한 거래를 위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은 이번 조치에 대해 "가격이 싸고 배송이 편해 선택받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망이라는 공정위 결정은 스마트한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 조치"라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hjlee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