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모저모] '장밋빛 미래' 준비하는 HMM, 한계는
(서울=연합인포맥스) ○…'매출 15조원, 자산 규모 43조원, 부채비율 50% 이내'.
HMM[011200]이 오는 2030년 대한민국 대표 '종합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야심 차게 밝힌 목표다. 지난해(2023년) 대비 매출 82.9%, 자산 68.0% 성장 등 구체적인 수치를 담았다. 향후 7년 동안 총 23조5천억원을 쏟아부어 이뤄내겠다는 '숫자'다.
다만 최근 정부의 밸류업 움직임과 맞물려 기업들이 앞다퉈 시장과 공유하고 있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기업 특성상 자체적으로 주가 부양책을 마련하기가 여의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일 김경배 대표이사(사장) 등 HMM 경영진은 중장기 전략 발표 이후 진행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사업 계획에 대해 거침없이 답변했다. 이날 발표의 핵심이었던 얼라이언스 및 MSC와의 협력은 물론, 글로벌 해운 시황을 고려한 선대 운영 계획과 각종 규제 대응까지 술술 설명이 이어졌다.
다만 시원하게 답을 주지 못한 내용도 있다. 기업 밸류업 방안과 영구채 처리 계획, 지난해 한차례 무산된 경험이 있는 매각 재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내용들은 양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의사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촬영:유수진 기자]
김경배 사장은 밸류업 계획과 관련해 "주주들에 대한 책임을 많이 느끼고 있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도 "매각 이슈 같은 변수가 남아 있어 일반적인 회사들처럼 추진하기엔 사실상 차이가 좀 있다"고 말했다.
HMM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5배로, 코스피에서 대표적인 저PBR주로 꼽힌다. 실적 전망은 '장밋빛'이지만 영구채 전환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주가를 누르고 있단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복수의 증권사는 한국거래소가 이달 중 발표 예정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HMM이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같이 예상 편입종목에 이름이 올라간 기업 중엔 밸류업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을 추진하는 곳이 대다수다.
하지만 HMM은 관련 계획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같은 자사주 정책의 경우 발행주식총수에 영향을 미쳐 대주주의 지분율이 변동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배당 확대 역시 대주주와의 사전 의견 교환이 필요한 사안이다.
한순구 전략재무본부장 역시 "글로벌 해운사들의 PBR도 0.4~0.5배 수준으로 HMM과 비슷하다. 해운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여러 보고서를 검토하는 등 밸류업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 대주주와 관련 의견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남은 영구채 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기존과 동일하게 스텝업 조항이 발동될 시기가 도래하면 현금 상환 의사를 밝히겠다는 것.
HMM이 산업은행과 해진공을 상대로 발행한 영구채는 총 1조3천800억원어치가 남아있다. 오는 10월 6천600억원, 내년 4월 7천200억원짜리 영구 전환사채(CB)의 이자가 확 뛴다. 다만 이때도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재매각 시점 관련해서도 피매각 기업 특성상 뚜렷한 답을 주지 못했다.
김 사장은 "아시다시피 매각은 중지된 상황"이라며 "언제 시작될지 매각 시점이나 해외 매각 등과 관련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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