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컷 시사일까"…연준, 9월 회의 앞두고 필립스곡선 보고서 게시
(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연방준비제도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고용 관련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눈길을 끈다.
보고서가 연준의 입장을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명시돼 있지만, 연구 내용이 연준 위원들의 논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3일 연준에 사이먼 스미스 시니어 연준 이코노미스트는 '비선형적 필립스곡선(Nonlinear Phillips Curves)' 제목 보고서(FEDS Notes)를 지난 4일 연준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첫 인하가 예상되는 9월 FOMC를 2주 정도 남기고 고용과 물가 관련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회의에선 금리인하 폭을 두고 시장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보고서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발언으로 시작한다. 월러 이사는 지난해 "필립스 곡선에 변화가 생겨 현재는 팬더믹 이전과 다르게 움직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필립스 곡선은 인플레이션(Y축)과 실업률(X축)의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이다. 고용시장이 약화해 실업률이 오를수록 인플레가 둔화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2000년 이후로 필립스곡선에 변화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정상적인 고용시장에선 곡선의 기울기가 완만해졌지만, 과열 고용시장에선 기울기가 더 가팔라졌다고 설명했다.
두 구간의 차별화가 강해진 셈이다. 구간을 나누는 기준으론 실업률 5%를 제시했다. 실업률이 5%를 밑도는 상황을 정상(Normal)으로 봤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상 고용시장의 경우 필립스 곡선의 기울기는 지난 1980년부터 2000년까지 기간에 -0.26을 나타냈지만 2001년 이후엔 -0.18로 완만해졌다.
반면 실업률이 5%를 밑도는 과열 국면에선 2001년 이후 기울기가 -0.28로 1980년~2000년 기간 기울기(-0.22)보다 가팔라졌다.
임금 측면을 보면 정상과 과열 고용시장의 차이가 더 컸다.
과열되지 않은 고용시장의 경우 임금 필립스 곡선의 기울기는 1980~2000년 1분기까지 기간(-0.41)에서 2000년 2분기~2019년 4분기 기간에 -0.32로 완만해졌다.
그러나 실업률이 5%를 밑도는 경우 필립스 곡선의 기울기는 2000년 이후 -0.8로 과열되지 않은 고용시장 기울기(-0.32)의 세 배 수준에 육박했다.
코로나 팬더믹 당시 매우 타이트한 고용시장에 근로자들이 높은 임금을 받았던 현상을 뒷받침한 셈이다.
보고서는 2000년 이후 정상 고용시장의 필립스 커브는 완만해졌지만, 과열 시장의 경우 가파른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화정책 당국자들은 견조한 고용시장에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상충 관계는 약화한 고용시장에서 모습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정책 논의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 결론을 9월 회의서 기준인하 폭과 연결 짓는 논의도 관찰된다.
보고서 저자인 스미스 이코노미스트는 X에서 인하 폭 관련 질문에 "필립스 곡선의 꺾이는 부분(kink)이 5%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업률이 이 수준까지 오를 때까지 고용 약화는 선형적 필립스 곡선에서 예상되는 것보다 더 디스인플레(인플레 둔화) 압력을 강하게 가할 것이다"고 답했다.
고용시장 둔화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연준이 디스인플레 진전에 자신감을 가질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빅 컷(50bp)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볼 여지가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달 후반 잭슨홀 연설에서 "노동 시장 여건이 더 냉각하는 것을 원하거나 환영하지 않는다"며 "강한 노동 시장을 지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미국 실업률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는 점을 고려할 때 대폭 인하에 나설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지난 8월 미국 실업률은 4.2%를 나타냈다.
FOMC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미국 노동통계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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