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F 부담에 조달력 약화'까지 신용등급 전망 하향된 한투증권
선재적 PF 부실 정리한 미래에셋·NH투자증권 양호
(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하면서 향후 자금 조달에 부담이 커졌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등 경쟁 대형증권사들은 선제적인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관리로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여전히 부실 위험이 크다는 평가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한국투자증권 기업 수준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고 장기외화 선순위 무담보채권 등급 'Baa2'를 확정했다.
무디스는 "증권사 영업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제고를 위한 회사의 증대된 리스크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부동산 PF 위험 여전
특히, 무디스가 집중한 것은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 2분기 말 기준 국내 및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약 5조원으로 자기 자본 대비 64% 수준이다. 국내 약 82%, 해외 약 18%로 구성돼있다.
이 가운데 위험성이 높은 브릿지론 익스포져도 자기 자본 대비 12%로 경쟁 업체 대비 높다.
국내 브릿지·토지 담보 익스포져는 부동산 금융 익스포져의 약 30%이고 채무보증과 대출 채권 기준 중후 순위 비중은 부동산금융은 중 약 47%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NH투자증권의 6월 말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는 1조3천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7.6%에 불과하다.
이에 무디스는 NH투자증권에 대해선 한국투자증권보다 높은 'A3/안정적'을 유지했다.
무디스는 "이러한 익스포저는 과거 동종업계 대비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과 위험 감수 수준을 높인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PF 선제적 대응 경쟁사와도 비교
부동산 PF에 대한 위험 경고등에도 미래에셋증권 등 경쟁사들은 선제적인 위험 관리에 나섰지만, 여전히 높은 신용공여 보유 등도 신용등급에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인포맥스 '단기자금 부동산PF 신용공여 현황(화면번호 4725)'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PF 신용공여(매입보장, 매입확약) 규모는 1조6천654억원이다.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 2분기 말 부동산PF 신용공여 규모는 4천575억원이다.
지난해 말 9천639억원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52.5% 급감했고 지난해 말 기준 6위였던 부동산PF 신용공여 규모 순위도 12위까지 하락했다.
무디스는 미래에셋증권의 장기 외화 선순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한투증권과 같은 'Baa2'를 부여했지만, 등급 전망은 '안정적'을 유지했다.
올해 상반기 진행된 부동산PF 사업성 평가 가이드라인 기준 적용은 건전성 저하 부담이 더욱 커지게 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국내 및 해외 부동산PF 관련 대손 비용을 크게 인식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발표한 부동산PF 정책 방향에 따라 사업성이 부족한 PF 사업장의 정리가 가속화돼 손실 인식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발행어음도 한도 소진 눈앞
또한, 무디스는 한투증권의 자금 조달력이 약화하면서 신용도에도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투증권은 발행어음 한도 소진을 눈앞에 둔 상태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행어음은 증권사 유동성 불안 등에 대응할 주요한 수단으로 주목받았으나 한국투자증권은 활용 여력이 점차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확정금리형 상품이다.
국내에서 발행어음을 할 수 있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뿐이다.
국내 증권사 중 발행어음 잔고 규모가 가장 큰 한국투자증권의 지난 3분기 기준 발행어음 잔고는 15조8천8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8% 급증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를 한도로 발행할 수 있는 만큼 발행 한도에 거의 육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에 대한 해외 평가가 상대적으로 박해 한투증권의 신용 등급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외국계 신용평가사의 경우 정확한 신용평가 사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촬영 안 철 수] 2024.9.15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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