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유로=1달러 깨지나'…비둘기 ECB에 전망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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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경기 부진 우려로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면서 1유로의 가치가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는 '패리티 붕괴'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요하임 나겔 독일중앙은행 총재는 이달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가능한지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완화에 신중한 매파 위원이 이처럼 추가 인하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나겔 총재는 추가 인하가 확실시됐던 지난 9월 회의 직전에도 모호한 태도를 보였었다.
ECB는 오는 17일 통화정책 회의를 개최한다. 지난 6월 4년9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한 ECB는 7월에 동결했다가 9월에 추가로 인하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ECB가 12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10월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이 커졌다. 물가 상승세가 빠르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해 ECB 목표치인 2%를 3년 3개월만에 밑돌았다. 유로존 20개국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개국에서 물가 상승률이 2%를 밑돌았다.
현재 단기금리시장은 10월 금리 인하 확률을 거의 100%로 반영하고 있다. 12월에 이어 내년 1월, 3월에도 25bp씩 인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HSBC는 정책금리인 예금금리가 현행 3.5%에서 내년 4월 2.25%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ECB 내부에서는 금리 인하가 늦어지는데 따른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 또 다른 매파 인사인 이자벨 슈나벨 집행이사도 이달 초 한 강연에서 "경제성장에 대한 역풍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로존 주요 경제가 부진하다는 점도 ECB의 금리 인하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로 꼽힌다.
독일 정부는 9일 발표한 가을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제시했다. 지난 4월에 제시한 0.3%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실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면 이는 2년 연속이 된다. 니혼게이자이는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한차례 밖에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유로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유로화는 ECB가 (금리 인하에 긍정적인) 비둘기파가 될 확률을 한층 더 반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중반에 걸쳐 1유로=0.99달러로 패리티가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로-달러 등가는 지난 2022년 7월 20년 만에 처음으로 깨진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긴축적인 통화정책 행보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천연가스 수급 차질로 유로존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패리티 붕괴를 초래했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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