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저격' 펀드 출자금 늘린다…반도체 부품기업 접촉

2024.10.1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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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고려아연 저격' 펀드 출자금 늘린다…반도체 부품기업 접촉

연기금·금융기관 외에 일반 기업도 태핑

공개매수 종료 후 '지분 매입' 대비 해석도



지난 11일 열린 고려아연 이사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기자 =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자금처인 6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의 추가 출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외 연기금과 금융기관 외에 일반 기업까지 태핑해 출자를 권유하는 등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한 공개매수가 종료된 지난 14일 이후 반도체 및 2차전지 부품 업체 A사를 포함한 일부 기업들을 접촉하고, 6호 펀드 출자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GP)가 투자 펀드를 조성할 때 자금을 출자하는 곳은 연기금과 공제회, 금융기관 등이 주를 이룬다.

일반 기업이 출자자(LP)로 참여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 주로 피합병 기업의 정보나 인수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가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진 A사의 경우 반도체 패키징과 디스플레이 패널에 사용되는 부품을 제조하는 곳이다.

이 외에도 2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리튬 제품을 제조 및 판매하는 기업을 주요 계열사로 가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전자와 반도체, 2차전지 등 국내 첨단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생산하는 핵심 공급망 역할을 하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톱티어인 아연 제련뿐 아니라 반도체용 황산 물질, 니켈 함량이 많은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비철금속 핵심 기업인 만큼 미래 신사업 동력 확보를 위해 일부 기업들이 6호 펀드 출자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충분한 자금을 이미 확보한 MBK파트너스 측이 일부 중견기업으로부터 추가 출자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집중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10조원을 목표로 6호 펀드 모집에 나섰다. 현재 정확한 펀드 규모가 확인되지는 않지만, 8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6호 펀드와 같은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한 GP는 한 가지 딜에 전체 출자금의 20%내외로 투자 범위가 제한된다.

만약 10조원의 자금을 모집했다면 약 2조원가량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6호 펀드의 첫 투자처는 고려아연으로, 지난 14일 마무리된 공개매수에 투입된 금액은 8천억원 수준이다.

시장에 알려진 모집액인 8조원을 기준으로 해도 아직 절반 이상(8~9천억원)의 유동성이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금 출자 약정을 한 이후 고려아연 사태에 대한 리스크로 캐피탈콜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캐피탈콜이란 목표한 투자 자금을 다 모아 놓고, 투자금액을 집행하는 것이 아닌 투자 자금의 일부를 조성, 투자금액을 집행한 후 추가적인 수요가 있을 경우 LP에게 자본납입을 요청하는 절차다.

MBK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이 6호 펀드에 출자한 자금을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투입하지 않도록 요구했다고 알려진 것도 같은 연장선상이다.

더불어 시중은행 일부가 6호 펀드 출자에 보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영풍·MBK측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경쟁으로 시세 조정 혐의와 불공정거래 등 향후 금융당국의 수사에 따른 잡음이 예상되면서 출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MBK 측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시작하면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으로부터 조단위의 레버리지를 일으킨 점과 이후 가격을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하는 과정에서 영풍으로부터 3천100억원을 차입한 사실 등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다만, 이 또한 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사모펀드의 일반적인 전략으로, 일반 기업에게 LP로 투자받는 것도 업계에 일반적인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시장의 관심이 공개매수가 모두 종료된 후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쩐의 전쟁'에 집중된 상황에서 MBK가 최대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6호 펀드의 정확한 약정액과 캐피탈콜 규모 등을 알 수 없지만, 막판 추가 출자를 위한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약 20%의 투자 제한이 있는 만큼 펀드 규모를 늘려 자금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jwchoi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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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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