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이모저모] 증권신고서에 등장한 새로운 투자위험요소 '정산'
이커머스 1호 상장 후보 미트박스글로벌, 1차례 정정 통해 상세히 기술
(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첫 이커머스 상장사 탄생이 임박했다. 축산물 직거래 온라인 플랫폼 기업 미트박스글로벌이 그 후보다. 지난 5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후 약 4개월 만인 지난달 심사 승인을 받았다.
지난달 말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연내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컬리와 오아시스, SSG닷컴 등이 상장을 준비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이커머스업계 첫 상장사 테이프를 끊을 가능성이 커졌다.
2014년 설립된 미트박스글로벌은 축산물 직거래 온라인 플랫폼 미트박스를 운영한다. 미트박스는 축산물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 1차 도매상과 소매업자가 바로 거래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중간 유통 단계가 줄어 기존 시스템 대비 저렴한 가격에 거래할 수 있다.
2022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미트박스글로벌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669억원, 영업이익 26억원을 올린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524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냈다.
미트박스글로벌은 상장을 준비하면서 피어그룹을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패션) ▲보리타알(수입가공품) ▲동서(식자재) ▲실리콘투(뷰티 플랫폼) ▲블루엠텍(전문의약품 플랫폼) 등으로 선정했다. 축산물 기업이 아닌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인 만큼 증권신고서에도 최근 이커머스에 대한 우려를 '투자위험요소'에 담았다. 주목할 만한 건 '판매대금 정산 관련 위험'을 증권신고서 내 투자위험요소에 기재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장을 철회한 신선식품 기업 오아시스의 증권신고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는 최근 티몬과 위메프 등 이커머스 기업들의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에서 촉발한 판매자·소비자 피해의 영향이다. 상장 과정에서 정산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관련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미트박스글로벌의 판매대금 정산 관련 위험에 대한 내용은 한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더욱 상세해졌다. 첫 증권신고서에는 PG사를 통해 정산자금을 철저하게 분리 관리하고, 계약된 PG사는 금융감독원 실사점검을 매년 실시하는 기업으로 대금정산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기술한 정도였다.
한 차례 정정을 통해 정산대행서비스와 적립금 관리 방식, 정산 구조 등을 더욱 구체적으로 적었다. 고객이 지불한 상품 대금은 영업일 기준 D+2~3일 내 PG사 결제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이 PG사에서 관리하는 전용 계정에 적립금 형식으로 충전되며, 미트박스글로벌이 해당 적립금을 직접 접근하거나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정산 기간에 대한 내용도 보탰다. 구매자가 물품을 수령한 날로부터 영업일 기준 5일~9일 후에 PG사에 판매대금 지급요청을 신청하고 익일 PG사는 판매자에게 대금 정산을 진행하는 구조로 정산 구조를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티메프 미정산 사태에서 문제가 됐던 상품권에 대해서도 적어뒀다. 누적 판매액과 미사용 상품권 잔액, 상품권 구매 후 평균 사용 기간 등을 기재해 판매 정산 대금을 다른 곳에 활용할 위험이 크지는 않다고 알렸다.
관련 업계에선 이커머스 기업들의 상장 심사 기준이 더욱 촘촘해 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익성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정산 관련 위험으로 인해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사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트박스글로벌가 증권신고서에 담은 투자위험요소가 향후 상장을 추진하는 이커머스 기업들의 잣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상장 예비 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이 잦아지면서 기업 검증이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며 "특히 이커머스 등 플랫폼 기업의 경우 수익 창출이나 정산 등의 사안에 대한 검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부 양용비 기자)
yb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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