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용의 글로브] 다시 주목받는 佛-獨 금리 스프레드

2024.11.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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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용의 글로브] 다시 주목받는 佛-獨 금리 스프레드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유럽 분열의 가늠자'로 불리는 프랑스와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차(스프레드)가 12년여만의 최대치로 벌어지면서 금융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여소야대 정치 지형이 형성된 프랑스에서 예산을 둘러싼 정치적 교착 상태가 내각 붕괴 위협으로 이어지면서다.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화면번호 5000번)에 따르면 이달 27일 프랑스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연 3.0246%, 독일의 동종 국채금리는 2.1621%를 나타냈다. 금리차는 86.25bp로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 확산 등으로 유로존 재정위기가 고조되던 201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2024년 11월 28일 오전 3시 40분 송고된 '佛-獨 스프레드,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최대…佛 내각 붕괴 위험' 제하 기사 참고)

해외 IB에 따르면 같은 날 양국 10년물 국채 스프레드는 장중 89bp까지 치솟으면서 90bp 선을 테스트하기도 했다. 하루 뒤인 28일 장중에는 10년 만기 프랑스 국채금리(3.0300%)가 기록상 처음으로 '투자 부적격'으로 분류된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3.0200%)를 뛰어넘은 수준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이는 시장 참가자들이 프랑스 국채에 대한 투자가 그리스만큼이나 위험하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독일-프랑스 국채 금리차

연합인포맥스





프랑스 국채금리가 이런 움직임을 보인 것은 긴축 예산안을 둘러싼 바르니에 내각과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간 갈등이 극도로 고조돼 내각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공화당 소속 미셸 바르니에 총리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6.1%로 예상되는 재정 적자를 내년 5%까지 낮추기 위해 413억 유로(약 61조원)의 지출을 절감하고 대기업과 부자 증세를 통해 193억 유로(28조5천억원)의 세금을 더 걷는 예산안을 제출했다.

올해 7월 치러진 조기 총선 후 프랑스 정치권은 네 갈래로 갈라졌다. 극우 세력의 집권을 막겠다며 뭉친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이 193석을 차지해 원내 1당이 됐다. 집권당 르네상스를 포함한 중도파 연합은 166석에 그쳐 2위로 밀려났다. RN은 3위, 정통 우파인 공화당은 4위가 됐다. 과반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월 바르니에를 총리에 임명하며 공화당과 손을 잡았다. 정부 존속을 위해 치밀하게 계산한 결과였다.(챗GPT 등 AI 툴 활용 데이터 정리)



마크롱 대통령과 바르니에 총리(좌)

연합뉴스





새 내각의 예산안에 포함된 대기업과 초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는 프랑스 내 여론의 분열과 좌파와 극우 세력 모두의 반발을 불러왔다. 바르니에 총리가 프랑스 헌법 제49조3항을 활용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내각 불신임 투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불확실성이 프랑스 채권시장에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게 만들면서 프랑스 국채 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금리 상승)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바르니에 총리와 의회의 대치는 다음 주 초 사회 지출에 대한 투표로 정점에 달해 첫 번째 불신임 투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현지의 관측이다. 내각이 크리스마스 전 불신임 투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거나 불신임 투표로 내각이 붕괴한다면, 유로존 금융시장에 심각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국채금리의 상승은 정부의 차입비용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이는 재정 악화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또 유로존 핵심국인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은 유로화 가치의 하락과 글로벌 투자자들의 유럽 자산 투매를 촉발할 수도 있다. 관련해 씨티그룹은 프랑스 정치 불안이 심화하면 프랑스-독일 국채금리 차이가 100bp까지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바르니에 총리는 지난 27일 TF1 방송에 나와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금융시장에 큰 폭풍과 매우 심각한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국채 금리차 확대는 단순한 금융시장 가격 변수 움직임이 아니라 유럽의 정치적, 경제적 안정성에 대한 중요한 경고음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바르니에 내각과 프랑스 의회가 정치적 갈등을 넘어서 재정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지 못한다면, 유럽 금융 시스템 전반의 신뢰도에 금이 가는 결과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바르니에 총리의 '금융시장 폭풍' 언급을 가볍게 봐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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