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마저 메타버스 철수…통신사는 'AI 사업'에 올인
'통신사 신사업 전략 잦은 변경'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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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기자 = 우후죽순 생겨나던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이 과도기에 접어든 가운데 SK텔레콤이 야심 차게 선보였던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을 접기로 해 눈길을 끈다.
국내 통신사 중 메타버스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보였던 SK텔레콤까지 관련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통신사 표' 메타버스 사업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내년 3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네이버 '제페토'로 대표되던 국내 메타버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이프랜드'를 시작으로 경쟁 체계에 들어갔다.
당시는 KT와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뿐 아니라 넷마블, 펄어비스를 포함한 게임사 등이 앞다퉈 메타버스 사업에 진출하던 시기다.
메타버스는 차세대 문화 소비층인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와 소통할 수 있는 주요 관문으로 주목받았다.
5G 상용화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이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리면서 미래 주요 고객이자 경제 주체로 떠오르는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가상화폐와 NFT(대체불가토큰)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은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화했고, 통신사까지 신사업으로 메타버스를 낙점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내년 약 200조원 수준에서 연평균 3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1년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유영상 CEO도 메타버스와 AI 반도체 등을 신사업으로 정하고,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새판을 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글로벌 버전을 선보이며 동남아 시장을 공략했고, 유럽 진출을 위해 도이치텔레콤과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SK텔레콤에서 분리돼 ICT 투자 전문 회사가 된 SK스퀘어의 첫 투자처도 메타버스 확장을 위한 곳이었다.
SK스퀘어는 지난 2021년 NFT 거래 시장과 메타버스 가상자산거래소 '코빗타운'을 운영하는 코빗에 투자했다.
이프랜드와 콘텐츠 플랫폼 '플로'·'웨이브', 앱마켓 원스토어 등과 연계해 혁신적인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한다는 목적이다.
당시 카카오게임즈 산하 넵튠의 자회사로 편입됐던 온마인드의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온마인드는 메타버스 셀럽으로 떠오른 3D 디지털휴먼 '수아(SUA)'를 제작한 회사로 유명한 곳이었다.
이러한 노력에 사업 초기 이프랜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점차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올해 들어 성장세가 눈에 띄게 꺾였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프랜드의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3만4천여명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 118만3천명, 올해 1분기 59만8천명 등 이프랜드 이용자 수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을 포함해 국내 통신업계가 자체 인공지능(AI) 개발과 연계 사업으로 미래 성장 전략을 급히 바꾼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을 포함해 통신사들의 기조가 바뀐 것은 작년이다.
당시 SK텔레콤은 AI 투자 비중을 오는 2028년까지 3배로 늘리고 '에이닷'(A.)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AI 전환 대열에 합류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도 "레거시(유산. 과거의 체계) 없는 통신사들에게 AI 혁명은 무조건 기회"라며 'AI 올인'을 선언했다.
올해 임원 인사에서는 이프랜드 사업을 맡았던 양맹석 메타버스사업담당 부사장을 SK스토아 대표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SK텔레콤 외에도 KT는 AI 전환을 선언한 이후 올해 4월, 8월에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라운지'와 '지니버스' 서비스를 철수했고, LG유플러스는 기업용 메타버스 '메타슬랩' 출시를 준비 중이지만 기약이 없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메타버스 사업에 진출할 당시 네이버 '제페토' 등 공룡 기업과의 경쟁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과 통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객들의 락인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엇갈렸는데 결국 철수를 선택했다"면서 "AI 등 글로벌 트렌드에 따른 사업 변경도 필요하지만, 신사업을 성공까지 끌고 가는 힘이 약한 점은 아쉬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jwchoi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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