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증권] '종투사 도전' 중형사의 반격…당국은 제도 개선 원년
내년 10번째 종투사 탄생…후보군도 다양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2년여 만의 신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신청이 나오는 등 2024년은 그동안 덩치에 밀렸던 중형 증권사의 반란이 돋보이는 한 해였다.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금융위원회가 종투자 제도를 손보기로 한 만큼 2025년은 종투사 제도 개선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대신증권, 10번째 종투사 지정 코앞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10번째 종투사 지정을 코앞에 뒀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18일 제22차 회의에서 대신증권의 종투사 지정 안건을 통과시키면서다.
일각에선 오는 24일 금융위 최종 의결을 통해 모든 절차가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대신증권이 금융위에 종투사 지정을 신청한 지 한 달 만이다.
종투사란 증권사의 투자은행(IB) 역할을 강화하고자 마련된 제도다. 증권사는 IB로서 기업의 자금 수혈을 지원하며 성장을 돕는다. 기업이 회사채나 주식을 발행할 때 업무를 대행하고 투자자를 모아주는 식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종투사는 3조 원 이상의 자기자본 요건을 갖춰야 금융위에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 1분기 말에 이미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했다. 여기에 더해 금융위는 위험관리 능력과 내부 통제 등을 살핀다.
대신증권은 종투사 신용 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200%라는 이점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한도가 현재의 100%에서 200%로 늘어날 경우 IB 부문의 커버리지를 강화할 수 있어서다.
커버리지 담당자는 기업에 영업을 하며 자금 수요를 발굴한다. 이때 신용 공여는 영업의 한 방편으로 쓰인다. 덩치를 키운 대신증권이 종투사 지정을 받으면 기업금융 영업이 수월해지는 셈이다. 종투사는 헤지펀드를 상대로 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도 가능하다.
2022년 5월 키움증권 이후 처음으로 대신증권이 종투사 지정을 받으면, 현재 종투사인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메리츠·하나·신한투자·키움 등 중·대형사와의 기업금융 경쟁에서 약점이 줄어들 전망이다.
배당주로서의 입지도 강해질 수 있다. 김인 BNK투자증권은 연구원은 "종투사 획득에 따른 추가 이익 창출과 안정성 강화를 감안하면 주당배당금이 늘어나거나 최소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교보·현대차증권, 증자로 종투사 겨냥
증권업계 자기자본 순위 10위였던 대신증권이 종투사로 이름을 올리려는 가운데 11위인 교보증권의 동향에도 이목이 쏠린다.
교보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2조 원에 살짝 못 미친다. 교보증권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투사에 도전하겠다는 입장이다.
목표는 2029년이다. 몸집을 불리고자 교보증권은 2020년과 2023년에 자본을 확충했다. 2020년 6월에는 2천억 원, 2023년 8월에는 2천500억 원을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에 유상증자하는 방식으로 조달했다.
현대차증권도 체급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증권은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자본 확충을 통해 종투사의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자본경쟁력 열위에 따라 대형사와의 실적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자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와 그를 통한 사업 확대, 기업가치 제고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다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유상증자에 대해 새로운 영업활동을 확대해 수익 기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금융위 "종투사 제도 재정비 필요"
기존 종투사의 자본력이 수익으로 직결되는 현실 속에서 여러 비(非)종투사가 종투사 지정을 노리고 있지만, 경제 전체를 조망하는 금융당국은 기존의 종투사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8월 29일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의 취임 후 첫 간담회에서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금융회사라는 측면에서 증권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도입 10년이 지난 종투사 제도의 공과를 평가하고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기업금융 강화라는 종투사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증권업계가 부동산금융에 편중됐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업계와 만나며 종투사 제도 개선에 관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 금융위는 중소형 기업을 성장시키는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해졌다.
금융위는 이번 종투사 제도를 개선하며 초대형 IB와 종합투자계좌(IMA)도 손볼 전망이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일 때 지정받을 수 있다. 초대형 IB 자격을 얻으면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데,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 가능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다. 현재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증권이 초대형 IB이며, 메리츠·하나·키움증권이 지정을 준비 중이다.
IMA 사업자는 고객에게 원금 보장 조건으로 예탁금을 받아 기업 대출이나 회사채 등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사업 자격을 얻으려면 자기자본이 8조 원 이상이어야 한다. 미래에셋·한국투자증권이 IMA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준비하고 있던 초대형 IB는 제도 개선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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