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광폭투자-①] '역대급 투자' 정의선의 자신감
[※ 편집자 주 = 현대차그룹이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최근 경기 침체 우려로 산업계의 투자 계획이 위축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이번 결정은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투자를 종전대비 늘렸다는 것은 개발은 국내, 생산은 해외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현대차그룹의 이러한 투자 전략을 진단하는 기사 2꼭지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퍼펙트 스톰'을 대하는 현대차그룹의 자세는 정면승부다. 신년사에서 현재의 위기를 기본기로 돌파하자고 한 정의선 회장은 기술 기업의 가장 핵심인 연구·개발(R&D)에 힘을 싣는 방법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연합뉴스 자료 화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 6일 경기도 고양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회에 참석해 "단순히 위기 요인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위기가 발생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과 콘텍스트, 역사적 흐름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기 극복을 넘어 미래 기회의 창출로 연결해야 한다"며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그 위기들을 극복해 왔으며, 위기 이후 더 강해졌다"고 자신했다.
요컨대 기본기를 탄탄히 갖추고 준비된 기업에 위기는 기회 창출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이 9일 발표한 국내 투자안 역시 이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큰 틀로 볼 수 있다.
올해 국내 총투자 규모는 24조3천억원. 전년보다 무려 20% 가까이 늘어난 수준으로, 대부분은 R&D에 집중됐다.
주목할 부분은 R&D 투자 규모다.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R&D에 배정된 예산은 11조 5천억원이다. 경상투자가 12조원으로 5천억원이 더 많아 보이지만, 이는 대부분 기존 공장을 전동화 전환하는 비용이다.
R&D 투자는 전동화와 친환경 차량에 집중된다. 여기에는 수소차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개발 등도 포함한다.
먼저 수소 시대 전환에 앞서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전세계 수소전기차(HEV) 관련 특허의 7%를 보유할 정도로 시장을 선두하고 있다. 단일 기업 기준으로 1위는 약 2만건의 특허를 가진 일본 도요타로, 현대차는 그 뒤를 잇는다.
올해는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 및 수소 버스·트럭 개발, 수소충전소 구축 등 HTWO 그리드 솔루션을 위한 수소 제품 및 기술 연구와 생태계 구축에도 매진한다.
SDV 개발도 속도를 내고 내년부터 성과를 보일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22년 현대차그룹이 예고했던 계획보다는 1년 정도 늦어진 것이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로 모빌리티의 미래를 열다'라는 행사를 열고, 2025년부터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현대차그룹 차량은 구입 이후에도 성능과 기능이 업데이트되며 늘 최신 상태를 유지하는 자동차가 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연중 SDV 분야에서 기술 내재화를 통해 내년까지 차량용 고성능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SDV 페이스카(Pace Car)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할 방침이다. 이후 양산차까지도 적용한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계획이다.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전기차 신모델 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21개 모델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기아도 2027년까지 15개 모델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이날 발표된 기술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탄소포집 및 차량용 반도체 자체 개발 등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신기술 개발 및 투자 기업 물색은 오픈이노베이션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다. 금일 발표된 내용 중에는 전략투자에 해당한다.
이러한 전략투자에는 총 8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등 미래 핵심 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추진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금번 투자는 R&D에 방점이 찍혀있으며, 경상투자 역시 전동화 전략의 일환이다"며 "경기 침체 우려에서 국내 대표 기업으로 책무를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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