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10일(이하 미 동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 3대 주가지수는 동반 하락했다. 3대 지수 모두 1%를 훌쩍 넘는 급락세를 보인 가운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3거래일 연속 밀렸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더 뜨겁게 나오자 투자자들은 일제히 주식을 던졌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꺾이면서 주가를 재산정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미국 국채가격은 단기물을 중심으로 급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이 두 자릿수의 상승폭을 보인 가운데 수익률곡선은 평평해졌다.(베어 플래트닝)
미시간대가 조사한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크게 올랐다는 소식에 충격은 가중됐다. 월가에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미 끝났다는 진단도 나왔다.
미국 달러화는 국채금리를 따라 뛰어올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110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파운드는 재정 악화 우려 속에 한때 13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하는 등 4거래일 연속 약세를 나타냈다.
뉴욕 유가는 미국이 러시아 석유산업에 대해 공격적인 제재에 나서면서 3% 넘게 뛰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한때 8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달보다 25만6천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16만명)를 10만명 가까이 넘어선 결과다.
12월 비농업 고용 증가폭은 9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이전 두달치는 8천명 하향 수정됐다.
같은 달 실업률은 4.1%로 전달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4.2%로 제자리걸음을 했을 것으로 점쳤다.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이달 금리 동결 가능성은 97%를 넘어섰다. 상반기 내내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은 40%를 웃돌게 됐다.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96.75포인트(1.63%) 급락한 41,938.45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91.21포인트(1.54%) 밀린 5,827.04, 나스닥종합지수는 317.25포인트(1.63%) 떨어진 19,161.63에 장을 마쳤다.
미국 노동부는 작년 12월 비농업 고용이 전달보다 25만6천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16만명을 10만명 가까이 웃도는 결과다. 직전 달의 수정치 21만2천명보다도 4만명 넘게 많았다.
실업률도 4.1%로 시장 예상치와 직전월 수치 4.2%를 밑돌았다. 고용 수치만 놓고 보면 미국 경제는 더할 나위 없이 견고했다.
고용 결과에 자산시장은 전반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12bp나 치솟았고 달러인덱스는 장 중 110선 목전까지 뛰었다.
이는 고용이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연준이 금리를 내릴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고용마저 열기를 더하면 연준은 경기를 식히기 위해 고금리를 더 유지해야 한다.
증시도 이같은 분위기에 휩쓸렸다. 12월 고용지표의 발표 직후 주가지수 선물은 1% 가까이 급락했고 이같은 분위기는 일부 급등락에도 불구하고 장 중 내내 이어졌다.
거대 기술기업 7곳을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은 메타를 제외하고 모두 떨어졌다. 애플이 2.41%, 엔비디아는 3.00% 내렸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도 1%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꺾이면서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주도 무더기로 주저앉았다. 통상 고금리 환경은 성장주에 불리하다고 여겨진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2.42% 급락했다.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 중 TSMC만 강보합으로 버텼을 뿐 나머지 모든 종목이 하락했다.
AMD는 골드만삭스가 치열한 경쟁 환경을 이유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가 4.76% 떨어졌다. 브로드컴은 2.18% 밀렸다.
Arm과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마블테크놀로지도 3%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우량주 위주의 다우지수가 1.6% 급락한 점도 눈에 띈다. 전통 산업 관련주와 우량주, 가치주는 성장주보다 고금리 환경에 더 버티기 유리하다고 여겨지는데 이날 투자심리는 성장주 못지않게 나빴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와 비자, 코카콜라가 1%대 하락세를 보였고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골드만삭스는 3% 넘게 떨어졌다. 월마트와 셰브런 정도만 1%대 상승률을 기록했을 뿐이다.
이날 하락으로 S&P500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한 뒤 기록한 상승분을 거의 모두 토해내게 됐다. 선거일 이후 S&P500의 수익률은 지금까지 0.5%에 불과하다.
웰스파고인베스트먼트인스티튜트의 스콧 렌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12월 고용지표는) 경제에는 좋은 소식이지만 최소한 지금은 시장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라며 "다만 12월 고용이 예상보다 많았으나 향후 몇 분기에 걸쳐 고용시장이 더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리의 전망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고용에 연준의 금리경로 전망을 바꾸는 월가 투자은행이 속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날 투자 노트에서 "우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끝났다고 본다"며 "오히려 연준의 다음 움직임에 대해선 위험이 인상 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P모건은 "3월까지 FOMC가 다시 완화 조치를 취하려면 고용 보고서가 매우 나쁘게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금리인하 횟수 전망치를 종전 3회에서 2회로 축소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아직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베팅은 없다. 올해 12월까지 8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25bp 인상될 확률은 모두 0%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1월 금리동결 확률은 97.3%까지 뛰었다. 이달 금리동결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신뢰를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월에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기대가 급등하면서 물가 불안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2025년 1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73.2로 집계됐다. 이는 12월 74.0에서 1.1% 하락한 수치다.
반면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3%로 급등했다. 직전 달의 2.8%에서 크게 오르며 2024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직전 달의 3.0%에서 3.3%로 올라 2008년 6월 이후 약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보면 에너지를 제외한 모든 업종이 굴러떨어졌다. 금융과 부동산, 기술은 2% 넘게 급락했고 산업과 필수소비재, 통신서비스도 1% 이상 하락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1.47포인트(8.14%) 오른 19.54를 기록했다.
◇채권시장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 일중(화면번호 6532)에 따르면 오후 3시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오후 3시 기준가보다 8.30bp 오른 4.7740%에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3960%로 같은 기간 12.20bp 치솟았다. 작년 7월 이후 최고치 부근으로 올라섰다.
만기가 가장 긴 30년물 국채금리는 3.20bp 오른 4.9640%에 거래됐다.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이는 전 거래일 41.7bp에서 37.8bp로 축소됐다.
국채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뉴욕 오전 8시 30분 미국의 12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되자 국채금리는 일제히 급등세로 반응했다.
10년물 금리는 한때 4.7920%까지 오르면서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는 5.0540%에서 일중 고점을 찍었다. 202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달보다 25만6천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16만명)를 10만명 가까이 넘어선 결과다.
12월 비농업 고용 증가폭은 9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이전 두달치는 8천명 하향 수정됐다.
같은 달 실업률은 4.1%로 전달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4.2%로 제자리걸음을 했을 것으로 점쳤다.
고용지표 소화 후 오름폭을 축소하던 국채금리는 오전 10시 미시간대의 1월 소비자설문 결과(예비치)가 나오자 다시 추진력을 얻었다. 다만 30년물 금리는 5% 선에 대한 부담감으로 상승 탄력이 둔화됐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3%로 전달대비 0.5%포인트 급등했다. 2024년 5월 이후 최고치다.
5~10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전달 3.0%에서 3.3%로 상승했다. 2008년 6월 이후 약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시간대의 조엔 후 디렉터는 "소비자의 약 3분의 1이 자발적으로 관세를 언급했다"면서 "이는 12월의 24%에서 증가한 것이며, 선거 전에는 2% 미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관세 인상이 가격 상승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보고한다"고 부연했다.
골드만삭스는 12월 고용을 반영해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올해 금리 인하 횟수를 종전 3회에서 2회로 축소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은 보고서에서 "우리는 이제 올해 6월과 12월 회의에서 25bp씩 두 번의 인하를 예상한다"면서 후속 금리 인하는 내년 6월이 마지막일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아디티아 바베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고 본다"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3%를 넘어서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한다면 논의는 금리 인상으로 옮겨가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뉴욕 오후 3시 47분께 연준의 이달 금리 동결 가능성을 97.3%로 가격에 반영했다. 전장보다 3.7%포인트 높아졌다.
상반기 내내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은 전장 27.3%에서 42.7%로 15.4%포인트 급등했다.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오후 4시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57.830엔으로, 전 거래일 뉴욕장 마감 가격 158.125엔보다 0.295엔(0.187%) 하락했다.
달러-엔 환율은 오전 장 초반 미국 고용 발표 직후 158.855엔까지 급등하기도 했으나 금세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앞서 일본은행(BOJ)이 이달 말 회의에서 쌀 가격과 환율 급등에 따라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엔화는 강세를 보였다. BOJ가 이달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유로-달러 환율은 1.02440달러로 전장보다 0.00570달러(0.553%) 내렸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0.01026달러(0.833%) 굴러떨어진 1.22085달러를 나타냈다. 지난 7일부터 4거래일째 내림세다.
전날 약세를 회복하며 반등하던 파운드는 장중 1.21910달러까지 내려가며 2023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찍기도 했다.
최근 파운드는 국채 금리 급등에 따라 영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