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복잡해진 연준의 셈법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오는 2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며 본격적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막을 올리게 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한 만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적 관세와 세금 감면, 대규모 추방 등의 정책이 인플레이션 반등을 촉발할 것이라는 경계가 커지고 있다.
불안정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 컨센서스는 올해 더욱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1기 행정부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임명했지만, 각을 세우고 있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영향력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1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연준 연방기금금리(FFR)가 4.25~4.50%로 동결될 확률은 30.4%로 집계됐다.
대신 4.00~4.25%로 25bp 한번 낮아질 확률은 44.1%로 나타났다. 3.25~3.50%가 될 확률은 0.1%에 불과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 2022년 11월 이후 상단 기준으로도 3%대를 기록한 적이 없다.
연준이 2025년 상반기에 3.5%의 금리를 설정하는 시나리오는 작년 8~9월만 해도 30%가량에 달했다.
그러나 이제 시장의 전망은 4% 이상의 금리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도래와 함께 연준이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 인하'를 단행하며 2025년 금리를 뒤흔든 영향을 받았다.
CME 페드워치 툴에서 시장은 연준이 내년에 1∼2차례 25bp씩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약 65%로 보고 있다. 이는 연준의 점도표상 금리 전망과 같다. 연준 위원들은 내년 금리 인하 기대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낮췄다.
지난달 파월 의장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우리는 (금리 인하) 과정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그동안 기준금리를 100bp(1bp=0.01%포인트) 내렸고, 중립금리 수준에 현저하게 접근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금리인하 전망치를 수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투자 노트에서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끝났다고 본다"며 "기본 시나리오는 연준이 장기적으로 금리 동결 상태를 유지하리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올해 첫 금리인하 시점을 기존 3월에서 6월로 연기했다.
특히 골드만은 올해 금리인하 횟수 전망치를 종전 3회에서 2회로 축소했다. 올해 6월과 12월 회의에서 25bp씩 두 번의 인하를 예측하며 이번 사이클에서 마지막 금리인하는 내년 6월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종금리 예상치는 3.5~3.75%로 제시했다.
웰스파고 또한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씨티그룹은 1월 금리인하 전망을 포기하며 올해 첫 인하 시점을 5월로 수정했다.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가능성은 한숨 돌리게 됐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근원 소비자물가(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와 같은 수준으로, 직전월 수치 0.3%보다 둔화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4개월째 0.3% 상승률을 이어오다 5개월 만에 둔화했다.
물가 상승 추세가 둔화하면서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심리가 재부각됐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도 올해 12월까지 8번의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25bp 인상될 확률은 모두 0%였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감세·이민 통제 공약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촉발 위험과 재정적자 확대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미국 재정 적자는 향후 10년간 최대 15조5천500억달러(중앙값 기준)가 추가될 것으로 추정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최고 9.3%로 잡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미국 일반정부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5%, 정부부채는 GDP의 120%를 초과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신용등급 'AA' 국가들 중앙값의 두 배가 넘는 수치라고 부연했다.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도 미 국채금리가 상승한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리스크가 반영된 영향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채권 금리 상승을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 영향으로 해석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로 장기 금리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반등 가능성이 커질수록 연준이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작년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한 연준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아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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