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은행 자금부 만반의 준비…RWA 관리도 총력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은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 현상 등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큰 만큼 가계·기업대출 부실 가능성 등 불확실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자금시장 부서를 중심으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기업들의 신용평가 등도 계획보다 빨리 평가하면서 리스크가 경영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를 주시하며 시장에 민감한 자금시장·글로벌·기업금융(IB 부문 등 리스크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대응체계를 꾸리고 시장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특히 은행권에선 트럼프 2기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들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면 재정적자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에 국채 발행과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강달러 현상을 상당기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상승 전망 자체는 은행의 이자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고환율·고금리로 가계와 기업들의 대출 상환 여력이 악화하면 연체채권 상·매각 및 충당금 적립 등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질 가능성도 높아 이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고정이하여신액은 14조5천23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4%(3조307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도 0.65%로 1년 전보다 0.16%포인트(p) 올랐다.
이에 은행권은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상황, 기업의 우발채무, 가계대출 등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시장 위험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을 점검하고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체계를 강화한 상태다.
우선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한 기업 중 재무 성과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을 우선 대상으로 조기 신용평가에 나섰다.
RWA 관리와 함께 부실 우려 기업에 대해 신용평가를 통해 미리 선별해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재무 상황 악화 예상 기업에 대해서는 '관심기업'으로 지정해 장기적으로 여신을 축소하기로 했다.
신규 대출 취급 시에는 신용등급·담보비율이 높은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영업점 단위'로 위험자산을 관리하기로 했다. 통상 위험자산 관리는 본점 차원에서 이뤄지는 데 이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서다.
하나은행은 RWA 관리를 위해 사업그룹별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이행 현황을 모니터링 하기로 했다.
또 전반적인 신용위험 증가에 대비해 위험 차주·업종 등 잠재부실 익스포저에 대한 선제적인 자산건전성 관리도 병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일 단위'로 RWA를 계산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미치는 악영향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후 고금리·고환율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럴 경우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이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타 산업, 은행 등으로 부실화가 확대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은행들은 외화 유동성을 비롯해 환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RWA 관리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환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본시장, 글로벌, 기업투자금융(CIB) 그룹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RWA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유관 사업그룹간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하나은행은 환헷지 파생거래 등 환율 민감 자산에 대한 선별적 취급하기로 전략을 세운 상태다.
우리은행은 환율 급등에 따라 비상대책조직에서 유관부서 협의를 통해 환율수준별 관리 방안을 수립해 대응할 방침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 상승과 높은 금리 상황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증가하고 내수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큰 상황"이라며 "은행권 전반적으로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모니터링 주기를 짧게하고, 상환능력이 약한 기업을 대상으론 감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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