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풍에 韓 채권 딜러가 주목하는 두 나라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은별 기자 =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최근 국내 채권시장에선 독일과 캐나다를 주목하는 모습이다.
미국 '관세 폭탄'의 주요 영향권인 데다, 경기 부진과 물가 안정, 정치적 불확실성 등 통화·재정당국의 고민거리도 유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12일 국내 채권시장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캐나다·독일·한국과 미국 간의 10년 국채금리 스프레드 역전 폭은 급격히 확대됐다가, 취임을 기점으로 소폭 축소했다.
캐나다·미국 10년 금리는 160bp 가까이 확대됐다가 현재는 140bp 수준이다.
독일과 미국의 10년 금리 역전 폭은 최대 230bp 정도에서 210bp 부근으로 약간 줄었다.
한국과의 10년 금리 역전 폭은 200bp까지 벌렸다가 현재 160~170bp 수준이다.
한국·캐나다·독일 10년 금리 추이
최근 국내 시장 참가자들은 이 두 나라의 금리 추이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에 대해 한국만큼 큰 영향을 받는 나라인 데다, 경기 부진과 물가 안정 등 경제 여건의 최근 경향성이 한국과 상당 부분 흡사하기 때문이다.
'관세 폭탄'의 타깃인 미국의 무역 적자국 중 8위가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이었는데 5위가 독일, 9위가 캐나다였다.
통화 가치가 일제히 약세를 지속하기도 했다.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 대비 원화는 약 5% 절하됐다. 캐나다 달러는 3.46%, 유로는 5.69% 절하됐다.
이들 국가의 물가 상승률은 중앙은행의 걱정을 덜 만큼 안정됐다. 캐나다와 독일의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은 최근 2% 부근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목표 수준에 진입했다.
한편 두 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한국과 비슷하게 2021년 이후 일제히 하락세다.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과의 시장 금리 역전 폭 역시 트럼프 행정부 출범 가시화 이후 심화했다.
독일의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도 비슷하다. 독일은 지난해 말 올라프 숄츠 총리가 불신임받으며 의회가 해산돼, 총선을 앞두고 있다.
한국·캐나다·독일 물가상승률(전년 대비) 추이
한국·캐나다·독일 GDP 상승률(전년 대비) 추이
◇ 물가 안정 속 관세 우려…6회 연속 인하한 캐나다
이처럼 환경이 비슷하지만, 캐나다의 경우 한국보다 기준금리 인하가 과감하다. 관세 위협에 따른 경제 부진에 더 큰 우려를 내비쳤다.
캐나다중앙은행은 최근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한국처럼 연준보다 먼저 움직였다. 금리 인하도 먼저 시작했다.
캐나다는 기준금리를 5.00%까지 인상했다가, 지난해 6월부터 올 1월까지 200bp를 인하해 현재 3.00%를 나타낸다. 한국은 물론 연준보다도 과감한 행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 1월 29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캐나다중앙은행은 25bp 인하를 결정했다. 두 번의 빅컷(100bp 인하)을 포함해 6회 연속 인하였다.
안정된 물가를 바탕으로 관세로 인한 경기 부진 우려에 힘을 실어, 이미 중립 금리로 추정되는 범위(2.25~3.25%)에서도 추가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중앙은행 총재는 간담회에서 "관세가 없을 때보다 우리는 덜 생산하고 덜 벌게(earn) 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경제가 조정되는 것을 돕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를 회복하면서 우리는 경제 안정의 원천이 될 수 있는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중앙은행의 성장률 전망치만 놓고 보면 1.8% 상승으로, 이는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과감한 인하가 가능했던 이유로는 통화 절하로 인한 대외 자금 유출 우려가 한국보다 덜했기 때문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 요인으로서 환율은 자금 유출보다 인플레이션 영향을 기준으로 주로 판단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캐나다와 독일은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 환율 등 가격 변수와 거시 경제 지표가 한국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면서 "다만 한국은 통화 가치에 더 민감하다 보니 기준금리 결정에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부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늦어지는 상황이지만, 미국 외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더 빠르게 인하하면서 한국도 금리 인하가 크게 지연되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e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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