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요빈의 외환분석] 고점은 낮아지는데
(서울=연합인포맥스) 17일 달러-원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후속 관세를 주시하면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상호관세 발표 후 관세 전쟁은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전반적인 관세에 대한 구상안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관세 폭이나 발효 시점은 담겨있지 않았다.
전방위적 관세 정책을 공언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달러-원은 기수를 아래로 잡았다.
연초부터 달러-원은 5주 연속 하락했다. 다만 주간 하락 폭은 첫 주 3.40원에서 6.70원, 5.60원, 4.90원, 4.30원으로 점점 작아지고 있다.
전장 달러-원은 5거래일 만에 1,440원대에 출발했지만, 장중 달러 매도 심리엔 힘이 실리지 못했다. 종가 기준 이틀간 10원 내리면서 저가매수가 유입했다.
최근 달러-원 하단 지지력은 상당한 편이었다.
트럼프 특유의 변칙적인 발언과 행동은 달러-원 하단을 견고하게 한다.
아무리 관세가 협상 수단이라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은 예상치 못한 특징을 보인다. 처음 관세 위협을 강하게 한 후 협상에 우위를 점하는 패턴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언제든 새로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전장 정규장에서 현물환 거래량이 76억 달러대로 부진한 점은 관세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신중론을 보여준다.
하지만 달러-원 고점은 낮아지고 있다. 지난 3일 1,472.50원에서 정규장 고점은 1,450원대, 1,440원대까지 내려왔다.
적극적으로 달러 매도에 나서긴 어렵지만, 고점 매도로 대응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의 꾸준한 환 헤지나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고점 부근에 대기하는 점은 상승 탄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차트상 고점의 기울기가 완만하게 낮아지면서 이날 달러-원은 역외 환율을 따라 1,440원 하향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달러도 약세 재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간밤 달러 가치는 하락했다. 미국 소비지표가 부진한 영향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9% 급감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0.1%)를 크게 밑돌며, 2023년 3월(-1.1%) 이후 가장 크게 줄어든 것이다.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핵심(core) 소매 판매도 전월보다 0.8% 감소했다.
최근 물가 지표 강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는 누그러졌다. 올 상반기 중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동결 가능성은 후퇴하고, 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다.
미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상반기 중 25bp 인하 기대는 53.87%를 가리켰다.
미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미 10년 금리는 5.40bp 내려 4.477%를 기록해 주요 레벨대(4.5%)를 한 주 만에 다시 하회했다.
추가적인 달러-원 모멘텀은 관세 향방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금융시장은 '대통령의 날'로 휴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관련한 소식이 나오지 않으면 변동성은 제한될 수 있다.
한편 유로화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협상이 개시하면서 유럽 증시와 유로화가 동반 상승했다.
지난주 유로화는 달러 대비 1.58% 급등했다. 캐나다달러가 0.62% 오르고, 엔화가 0.67% 하락한 것보다 강세가 두드러졌다. 원화는 0.84% 상승했다.
종전을 위한 협의가 트럼프 스타일대로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현지시간) 백악관 중동특사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러시아와의 종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이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 없었던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을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매우 곧"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약 고위급 회담에 성과가 있다면 정상 간 회담도 이르면 이달 말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미국의 일방적인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에 대한 반발도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뮌헨안보회의(MSC)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참여 없이 이뤄진 평화 협정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종전 협상에 자국과 유럽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만나기 전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개장 전 일본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나온다. 장중에는 일본 12월 산업생산과 유로존 12월 무역수지가 발표된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지난밤 1,439.00원(MID)에 최종 호가됐다고 전했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1.95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443.50원) 대비 2.55원 내린 셈이다.
ybnoh@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요빈
ybn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