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현의 채권분석] 일희일비의 연속
(서울=연합인포맥스) 17일 서울채권시장은 2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일주일 앞두고 지난주 미 국채의 강세에 연동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지난주 후반 발표된 미국의 최신 소매판매 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금 높아졌다.
미국의 1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9%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3월(-1.1%) 이후 가장 크게 줄어든 것으로, 시장 예상치(-0.1%)를 크게 밑돌았다.
핵심(core)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8% 감소했는데, 이 역시 2023년 8월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이에 따른 경기 우려로 미 국채 10년 금리는 4.5% 밑으로 다시 떨어졌다. 전 거래일 미 국채 2년 금리는 4.6bp 내린 4.2630%, 10년 금리는 5.4bp 하락한 4.4770%로 나타났다.
한파와 산불 등 일회성 요인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트럼프 관세 등 다양한 요인이 소매판매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직전에 발표된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또한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깜짝 상승'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두 지표 모두 실제보다 다소 과장됐을 가능성도 있다.
바클레이즈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1월 CPI와 소매판매 모두 근본적인 추세가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우선 1월 CPI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의심할 여지 없이 목표보다 다소 높은 수준을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있지만, 변동성이 크거나 연초 가격 재설정에 취약한 요소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높은 물가와 상승률을 의미할 수는 있지만 지속해 높은 인플레이션 모멘텀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소매판매의 경우도 예상보다는 내수 모멘텀이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트럼프 관세의 '풀-포워드(pull-forward, 선반영) 효과'로 인해 왜곡됐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바클레이즈
지난주 후반 미 국채 10년 금리는 이같은 지표 하나하나에 급격하게 반응하며 변동폭이 종가 기준 15bp에 달했는데, 이번주는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예정되어 있지 않아 재료 차원에서는 한산한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국내 장도 2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일주일 앞두고 대내 요인에 더욱 집중할 분위기가 형성될 듯하다. 마침 이날 미국이 '대통령의 날'을 맞아 휴장하면서, 대외금리에 의한 변동성이 다소 제한될 전망이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관련 이슈도 국회에서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주말간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정책을 계속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민생 회복을 위한 예산 24조원, 경제 성장을 위한 세출 증액 11조원으로 구성된 총 35조원의 대규모 추경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일 국민의힘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추경 편성의 원칙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경제 활력, 산업 경쟁력 확대라고 밝혔다.
정부는 추경 편성을 위해서는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원칙이 합의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상황인데, 오는 20일 국정협의회 개최를 앞두고 아직은 여야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분위기인 셈이다.
20일까지 여야의 발언 내용과 수위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될 듯하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지속될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오는 4월 2일께 수입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 및 반도체 관세에 주목하고 있었는데, 자동차 관세 관련 일정이 구체적으로 발표된 셈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작년 한국은 미국에 153만5천616대(366억 달러·약 52조8천억원)이 자동차를 수출했다. 이는 수출량으로는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 금액으로는 멕시코,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다만 이번에도 예고된 기간 동안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는 듯해, 시장의 경계심은 다소 누그러질 수 있어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논의하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 간 고위급 회담도 이번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금 전 이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매우 곧"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대외지표로는 오전 중 일본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2월 산업생산이 발표된다.
수급상 국고 10년물 입찰이 2조9천억원 규모로 진행된다.(금융시장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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