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손해보험사들이 치솟는 손해율에도 4년째 자동차 보험료 인하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보험료가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을 올해도 피해 가긴 어려워서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 등은 이르면 이번주 차 보험료 인하를 발표한다.
이들 손보사의 지난해 전체 손해율은 업계 평균 이상으로 상승했다.
KB손보의 경우 지난해 손해율은 83.70%로, 전년 대비 3.5%포인트(P) 상승했다. 현대해상은 84.70%로, 5.1%P나 급등했다.
이는 3% 초반에 불과했던 업계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결과다. 삼성화재(83.20%)는 2.3%P, 메리츠화재(82.60%)는 1.7%P 상승했고, DB손보는 3.5%P 올랐지만, 손해율이 81.70%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통상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80%를 넘어서면 '적자'로 판단한다. 특히 폭설과 결빙 등 계절적 요인이 집중되는 4분기는 손해율이 악화하는데 지난해 11월의 경우 평균 손해율이 90%를 크게 웃돌기도 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2.7% 인상되는 자동차보험 정비수가도 부담이다. 이는 보험 가입 차량이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리비로, 비용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손보사들이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외면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삼성화재는 오는 4월 초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1%를, DB손보는 0.8%를 인하한다. 메리츠화재는 내달 중순부터 1% 내린다.
손보사들이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한 것은 지난 2022년 이후 4번째다.
자동차 보험료는 손보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지만, 의무보험인 탓에 금융당국의 목소리가 반영된다. 가입자가 2천500만명에 달하는 데다, 국가의 물가 산출에 반영되는 중요한 지표여서다.
이미 올해 실손의료보험이 평균 약 7.5% 인상되는 과정에서 3세대는 평균 20%대, 4세대는 평균 13% 가까운 상승률을 보인 것도 자동차 보험료 인하 압박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은행권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수조 원의 상생금융에 나선 것을 고려하면 보험업계에 자동차 보험료 인하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정부와 함께 지난해부터 자동차보험 개선에 착수한 것도 보험료 인하의 명분을 더하고 있다.
조만간 발표될 자동차 보험 개선안은 과잉진료에 따른 보험금 누수, 잦은 보험료 인하와 정비수가 인상으로 인한 손해율 악화를 개선하는 게 한 축이다. 실제로 경상환자에 대한 과잉진료는 지난해 대형 손보사들의 치료비 누적 규모만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과 함께 자동차보험 역시 손해율 안정을 위한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최소한의 상생금융을 위한 행보에 동참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라며 "다만 아직 자동차 보험 사업부문이 적자를 벗어난 것은 아닌 만큼 인하 폭은 예년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