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주가 부양 의지에도 현대건설·삼성물산 주가 차별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경영진들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거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으나 각 사의 주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월 22일 나란히 실적을 발표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실적 발표 이후 지난 14일까지 각각 13명과 11명의 경영진이 장내에서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현대건설 경영진들의 매입 주식은 총 1만325주, 금액으로는 총 3억3천455만9천210원어치이며, 삼성물산 경영진들의 매입 주식은 총 1만5천30주, 금액으로는 총 17억5천920만6천30원어치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반영하면서 악재는 끝났다는 인식이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런 영향 등에 현대건설의 주가는 실적발표 직전인 1월 21일 이후 전날까지 33%가량 올랐다.
반면 삼성물산 주가는 같은 기간 6.9%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현대건설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가이던스를 30조4천억원으로, 영업이익 가이던스는 1조2천억원으로 제시했다.
1조원을 웃도는 손실을 낸 후 1조원 이상의 이익 반등을 가져오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내걸면서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신한투자증권, 현대차증권, iM증권 등 5곳의 증권사가 현대건설에 대한 목표 주가를 상향했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현대건설을 '최선호주(top-pick)'로 꼽으며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신한투자증권의 김선미 연구위원은 "4분기 잠재 손실 선반영으로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고 있다"라며 "해외 프로젝트 수가 줄고, 저수익공사 준공이 임박한 점, 수주경쟁 강도 완화로 과거 대비 실적 가이던스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대건설의 "도시정비 및 준자체사업 중심의 건축 착공이 급증하고, 올해 대형 원전과 SMR 수주가 예상되며, 분기별로 증가하고 있는 순현금 규모와 우발채무 급갑 등으로 투자 요인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코스피 내 건설 업종지수는 10.48%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9.63% 하락한 데 비해 더 부진했던 셈이다. 특히 지난해 현대건설의 주가는 27.32% 하락해 대형 건설주 중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연초 이후 반등이 거세다. 건설주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13.30% 올랐으며, 현대건설은 35.69% 올라 대형 건설주 중에 가장 빠르게 반등 중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손실을 털어낸 것이 이제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는 인식을 강화했다"라며 "여기에 경영진들의 자사주 매수도 그러한 분위기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실적 발표 이후 경영진들이 대거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으나 주가는 한 달간 7%가량 오르는 데 그치고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의 주가는 8.96% 하락했으나, 지난해 2월 17만원대까지 올랐던 것에 비해서는 25%가량 떨어진 상태다.
삼성물산의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잠정 매출액은 9조9천930억원, 영업이익은 6천35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매출액은 1.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2% 증가했다.
대체로 무난한 실적이지만 시장의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지난해 전체 연간 매출액은 42조1천30억원, 영업이익은 2조9천84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0.5%, 3.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삼성물산은 올해 매출액 목표치로 42조원, 신규 수주 목표치는 18조8천억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제시한 목표치인 42조원, 18조원에 비해 수주 목표만 소폭 상향한 것이다.
흥국증권의 박종렬 애널리스트는 "2020년 이후 삼성물산의 지속적인 영업실적 우상향의 배경은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건설과 바이오의 약진에서 비롯됐다"라며 "시장의 우려와 달리 바이오와 건설 부문이 올해도 연결 영업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럼에도 "주주환원 확대와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라며 "기업 밸류에이션 프로그램을 통한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해 투자자와 소통을 보다 확대하는 것이 주가 재평가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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