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엑스 이용자 '쉬림프테슬라롱'의 계정]
[출처 : 미국 노동부]
[뉴욕은 지금] 트럼프 충격에 주택 매물 쏟아진 워싱턴 D.C.
(뉴욕=연합인포맥스)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나 메타의 쓰레즈에는 워싱턴 D.C. 지역의 주택 매물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캡처 사진이 많이 돌아다녔다. 부동산 중개사이트 질로우 등에 올라온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에는 주로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이 지역의 '매각(for sale)' 물량이 급증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쉬림프테슬라롱'이라는 이름의 엑스 사용자는 자신의 계정에 "워싱턴 D.C.에서 단 14일 만에 4천271채 이상의 주택이 매물로 쏟아져 나왔다"며 "쥐들이 도망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키텍토이드'라는 이름의 사용자도 "질로우에 올라온 워싱턴 D.C. 신규 주택 등록은 지난 90일간 1천198채에 달했다"며 "이같은 물량이 매년 이맘때에는 일반적인 일인가"라고 물었다.
또 다른 사용자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워싱턴 D.C. 지역에서 1만4천825채의 주택이 매물로 나온 캡처 사진을 게시하며 "시장 이동이라기보다는 쥐들이 가라앉는 배에서 도망치는 것과 같은 대규모 피난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 이처럼 주택 매물이 급증한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가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주로 워싱턴 D.C.에 머무르던 연방 공무원들은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효율부)의 주도로 대량 해고를 당하면서 서둘러 주택을 팔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는 엄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빠르게 실물 경제로 충격이 전이되기 시작했다.
일단 실업보험 청구부터 급증했다.
지난주 미국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워싱턴 D.C.에서 새해 첫 6주 동안 신규로 실업보험을 청구한 건수는 약 7천건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 6주간 약 55% 급증한 수치다.
이달 8일로 끝나는 한 주 동안 워싱턴 D.C.에서 접수된 실업보험 청구건수는 1천780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직전주보다 36%나 급증한 수치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배 이상이나 많아졌다.
워싱턴 D.C.는 미국 전역의 추이와 비교하면 더욱 눈에 띄게 악화했다. 미국 전역의 4주 이동평균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21만6천건으로 올해 초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인력 분석 업체 맨파워노스아메리카의 라지 남부시리 선임 부사장은 "(워싱턴 D.C.에서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며 "우리는 확실히 그것을 매우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CNBC에 말했다.
CNBC는 워싱턴 D.C.에서 급증한 신규 실업보험 청구건수 중 어느 정도가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와 연관됐는지 가려내기는 힘들지만, 백악관이 광범위한 인력 감축을 추진한 것과 겹친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 우체국(USPS)을 제외한 연방 공무원은 약 240만명 정도다. 이 가운데 약 5분의 1이 워싱턴 D.C. 지역에 고용돼 있고 나머지는 전국에 퍼져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 가운데 트럼프의 대량 해고 지시로 지난 며칠 사이에 짐을 싸게 된 연방 공무원이 1만명에 달한다. 지난 14일까지 미국 내무부와 에너지부, 보훈부, 농무부, 보건복지부 소속 수습 직원들이 즉각 해고됐다.
이는 트럼프가 연방 기관에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인 수습 직원을 거의 모두 해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트럼프가 이번 조치를 강행한다면 해고 대상 연방 공무원은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외신은 추산했다. 전체 연방 공무원의 약 10%를 집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게 트럼프의 심산이다.
이번 해고로 연방 공무원들도 실생활에 충격이 발생했지만, 일부 공공 서비스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미국 국민들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대량 해고 조치는 갑자기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 연방 근로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라며 "석유 및 가스 시추부터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등 의료 서비스에 의존하는 수백만명의 미국인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원에 따르면 이번 대량 해고 조치로 영향을 받게 된 연방 부처는 ▲내무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에너지부 ▲산림청 ▲환경보호청 ▲중소기업청 ▲연방수사국(FBI) ▲인사관리국(OPM) ▲일반행정서비스(GSA) 등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내무부 토지 및 광물 관리 담당 차관보를 지낸 스티브 펠드거스는 "석유 및 가스 시추 허가를 꾸준히 처리하는 직원이 해고로 불충분해지면 트럼프가 공공 토지에서 에너지 생산을 늘리려는 계획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육지에서 석유와 가수를 확장하려면 토지 이용 계획자, 부동산 전문가, 환경과학자, 엔지니어가 필요한 만큼 이번 조치는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 및 가스, 에너지 생산을 감독하는 토지 관리국에서만 최대 800명의 직원이 해고될 예정이다. 또한 핵무기 저장 및 폐기 시설을 관리하는 국가핵안전청에서도 325명이 이미 해고됐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패티 머레이는 지난주 발표한 성명에서 "연방 인력이 무엇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두 명의 억만장자가 미국 정부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필수 서비스를 파괴하고 우리 모두를 더 나쁜 상태로 만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미국 정계나 정부 내부에서만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미국 과학계도 트럼프와 머스크의 기습적인 해고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의 수딥 파리크는 지난 주말 보스턴에서 열린 연례 총회에서 트럼프의 공무원 대량 해고에 대해 과학자들이 "분노와 불안, 그리고 어느 정도의 슬픔"의 분위기를 드러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NYT는 미국의 공공 연구 자금의 초석인 국립보건원과 국립과학재단도 트럼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두 기관은 매년 수천개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모든 주의 기관에서 수십만명의 연구자와 다른 근로자를 지원한다고 전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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