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여진 외자과장 "외화유출 걱정하기엔 韓 펀더멘털 강하다"
"환율 높아졌다고 원화 위상 약해진 것 아냐"
"구조개선, 제로섬 아니라고 확신…파이 커진다"
"4천억달러 넘는 외환보유액 위기 시에도 충분한 수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이규선 기자 = "불확실성이 양방향으로 굉장히 높은 상황이어서 외환시장이나 환율에 관해서 관심과 주목도가 높다. 원래 긴장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인데 요새 스스로 긴장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다."
정여진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은 17일 연합인포맥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아 환율 변동성이 커진 때에 새벽 2시까지 돌아가는 외환시장을 관리하는 중책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에 하루하루 집중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작년 7월 시작한 외환시장 구조개선을 지속해서 안착시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정 과장은 "구조개선이 가보지 않은 길이라 굉장히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이기에 시작한 것을 마무리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시장 참가자들의 다양한 뷰를 "진짜 열심히 듣겠다"면서 다짐하듯 말하는 정 과장은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아울러 정 과장은 우리나라가 과거와 달리 갑작스러운 외화유출에 대해 우려하기에는 펀더멘털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외환시장 구조개선을 하면서 과거에 외환위기로 쌓였던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이제 외국인이 원화 자산에 관심을 보이는 데 들어올 수 있게 하자"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 걱정을 하기에는 이미 우리 펀더먼텔이 어느 수준에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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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화 자산은 "맛있는 음식"…"외국인에게는 너무 험하고 비쌌던 시장"
"환율이 높아진 것이 원화의 위상이 약해진 게 아니냐고 하지만 사실은 다른 통화와 비교했을 때 그냥 다 같이 올라가 있는 상태라고 본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원화뿐만 아니라 다른 통화들이 모두 약해졌다는 것이다.
정 과장은 원화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오히려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지난 1년 넘게 외환제도과장을 맡아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해외 투자자를 만나는 동안 높아진 위상을 체감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놀랐던 것은 원화와 원화 자산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이를 보유하려고 한다는 것"이라면서 "맛있는 음식(원화 자산)이 여기 있는데 외국인이 오는 길이 그동안 너무 험하고 비용이 비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정 과장은 2024년이 매우 기념비적인 해였다고 자평했다.
원화 채권 투자와 관련해 외국인들이 들어오는 길을 닦아주고 비용을 낮춰줘 외환분야에서의 제도가 거의 완비됐다는 것이다. 그 어느 해보다 많이 규정을 개정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는 게 정 과장의 설명이다.
이는 또한 금융위원회와 기재부 세제실, 한국은행과 다 같이 뛰면서 '팀워크'를 발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정 과장은 덧붙였다.
이제는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 즉 글로벌 수탁은행이 준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이같은 제도 개선의 효과가 이제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 구조개선, 생태계 바뀌지만 파이는 커진다…제로섬 아니라 확신
이제 8개월째로 접어든 외환시장 구조개선에 대해 정 과장은 "잘 정착되고 있다"며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봤다.
그는 "시장 영향을 봐가면서 도입을 점점 확대하겠다고 했던 건데 그 로드맵대로 가고 있다고 보인다. 새벽 2시까지 열면서 유동성도 어느 정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외환시장 참여가 가능해진 외국 금융기관인 해외 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 실수요 부분은 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주 외국환거래규정이 개정되면서 RFI 경상거래가 가능해짐에 따라 "RFI 실수요도 늘어날 것 같다. 몇 달 안에 이른 시일 내에 (경상거래가)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정 과장은 구조개선 과정에서 시장에 미칠 영향에 유의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단계적으로 개방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단기(시장 안정)와 중장기(구조개선) 이슈의 문제"라면서 "두 가지 문제가 분리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빨리 가자 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보면 이 단기 문제를 중장기를 위해 포기를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또한 구조개선을 통해 "외환시장 생태계는 물론 달라지겠지만 그게 제로섬은 아닐 거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파이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자신했다.
◇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충분한 수준
정 과장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천억달러 아래로 깨지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나오는 것에 의문을 표했다.
이미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스트레스 테스트 상황에서도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4천억달러가 깨지면 위험하다'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시장이 오히려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과장은 "최근에 나온 국제통화기금(IMF) 평가를 보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는데 '광범위한 그럴듯한 충격(a wide range of plausible shock)에도 충분하다(sufficient)'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생각할 수 있는 충격은 모두 테스트 대상에 넣었다는 얘기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4천억달러가 부족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한국은행이 스와프를 통해 달러화를 국민연금 등에 빌려줄 경우 보유액이 감소하는 부분은 다시 상환되기 때문에 '일시적 감소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외 방어막이 약해진 게 아니다. 겉으로 보는 숫자에는 그런 일시적인 스와프 부분은 안 들어가 있기 때문에 숫자보다 실제로 더 버퍼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MF나 피치의 평가에는 우리나라가 순대외 자산국이라는 점과 다른 경상수지 현황 등도 반영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 첫 여성 외자과장…"중요한 자리에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기 시작"
이번 기재부 인사에서 여성 과장 비율은 작년 22.2%(26명)에서 올해 24.4%(29명)으로 역대 가장 높아졌다.
정 과장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외자과장을 맡았다.
여성들이 기재부의 주요 보직에 점차 많아지는 것에 대해 정 과장은 "그럴 때가 온 것 같다"면서 "기재부 전체적으로 제 나이대에서 여성이 많아서 외자과장뿐만 아니라 중요한 자리에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내 고위직 여성이 많지 않은 것은 그동안 '문화 자체가 남성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과장도 다른 워킹맘과 다르지 않아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쯤에 너무 힘들어서 사표를 써야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결국 버텼고, 이후 근무하게 된 IMF는 오히려 워킹맘 친화적인 근로환경이었다고 돌아봤다.
업무의 양은 기재부 때와 동일했으나, 필요에 따라 재택근무와 탄력 근무가 가능해 육아휴직을 하지 않아도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다시 기재부에 돌아와서도 IMF에서 배웠던 "워킹맘들이 일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을 최대한 시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정 과장은 말했다.
어렵게 행정고시를 붙고도 기재부를 관두는 후배들에 대해서는 "너무 이해된다"고 운을 뗐다.
정 과장은 "수많은 사람이 비판하는데 해결은 모두 공무원에게 하라고 한다"면서 "인생이 문제 해결이 되는 것인데 당연히 힘들고 고민되고 때로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WGBI 할 때도 느꼈지만 결국 '팀워크'인 것 같다. 때로는 조금 힘들고 외로워도 그걸 해결하는 것은 팀워크여서 그렇게 하면 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직원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뿌듯해하는 경험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래서 안타깝다. 그때까지 버티게 해주는 것이 사실 팀워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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