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위원장 "해외 순환출자 규제 한계…규제 바꿀 계획 없어"
"추가 문제 발생하면 그때 개선방안 검토"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고려아연이 해외계열사를 동원해 순환출자 등을 형성해 규제대상으로 인정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규제대상은 국내 계열사인 탓이다.
그럼에도 한기정 위원장은 현재로서 해외계열사 공시의무를 확대하거나 해외계열사를 규제대상에 포함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향후 추가로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 한기정 "고려아연 해외 순환출자, 탈법행위인지 검토"
한기정 위원장은 17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지난 1월 말 고려아연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며 "신고내용은 국내 최대 비철금속 제련사업자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과정에서 해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 주식을 매수해 상호출자와 순환출자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정 위원장은 "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와 상호출자 금지규정은 국내계열사만 명시했다"며 "해외계열사가 개입된 경우 규제대상으로 인정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다만 신고인 측은 고려아연이 해외계열사 명의만 이용해 규제를 회피하는 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사실관계 확인, 자료요청, 의견청취 등 사건처리 절차를 거쳐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외사업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해외계열사 공시 의무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거나 해외계열사를 규제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 있는지를 연합인포맥스가 묻자 한기정 위원장은 "국외계열사는 현행 공시 제도 틀 내에서 규율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후에 추가로 문제가 발견되면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걸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2일 송고한 기사 '[공정거래법 사각지대①] 고려아연이 촉발한 순환출자 '논란'' 참고)
◇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 마찰 발생하지 않게 할 것"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관한 질문도 여럿 나왔다.
질문 내용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부와 국회에서 추진해온 온라인 플랫폼기업 독과점 규제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공정위의 유튜브 뮤직 제재 건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가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등이다.
한기정 위원장은 유튜브 뮤직에 대해 "과잉규제도 안 되고 과소규제도 안 된다는 게 경쟁법 집행 원칙"이라며 "국외기업을 부당하게 차별해서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과 원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심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또 온라인 플랫폼기업 독과점 규제에 대해 "관계부처와 긴밀히 소통 중"이라며 "국익관점에서 통상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공정위 조사와 제재 등으로 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업계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조사와 심의과정에서 세심하게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공정위는 국내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 재조사의 일환으로 시중은행 현장조사를 벌였다.
또 이동통신사들이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담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정위 제재도 앞두고 있다.
◇ "백화점 등 유통분야 납품대금 지급기한의 적정성 검토"
한기정 위원장은 이날 하도급 분야의 주요과제 이행상황도 설명했다.
그는 "중소 하도급업체가 대금을 제때 지급받을 수 있도록 보호장치를 확대하는 종합개선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학계·법조계·사업자단체 추천 전문가로 '하도급대금 지급보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다음 주 1차 회의를 개최한다"고 설명했다.
1차 회의 안건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사유 축소다.
한 위원장은 "또 건설업계에서 하도급대금 일부를 묶어놓고 지급하지 않는 유보금 설정 관행이 부당특약에 해당된다는 점을 명시하는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며 "지난달 말까지 행정예고가 완료됐고 규개위 심사 등을 거쳐 다음 달 개정을 완료·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유통분야의 신속한 납품대금 지급방안 마련을 위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기정 위원장은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중개거래 분야의 대금 정산기한을 단축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며 "이후 직매입·특약매입 등 전통 소매업에서도 현행법상 대금지급 기한이 너무 길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 백화점·TV홈쇼핑·쇼핑몰 등 11개 업태 139개 유통브랜드·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서면실태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조사결과를 분석해 현행 지급기한의 적정성과 제도개선 필요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시높시스의 기업결합 자진 시정방안 검토"
한기정 위원장은 미국 반도체업체인 시높시스가 기업결합 자진 시정방안을 제출했다는 내용도 알렸다.
그는 "지난해 5월 미국 사업자 시높시스가 다른 미국 사업자 앤시스 주식을 350억 달러(약 46조원)에 인수했다고 공정위에 신고했다"며 "이는 해외 사업자 간 결합이지만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반도체 설계와 관련된 것이라 국내 반도체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시높시스와 앤시스는 국내외 주요 반도체 사업자(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엔비디아, 애플 등)를 고객으로 하는 반도체 칩 설계 소프트웨어 공급시장 1위, 4위 사업자다.
한 위원장은 "따라서 시장에 미치는 경쟁제한 우려를 심층적으로 검토했다"며 "이달 초 안건을 상정한 후 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높시스·앤시스 건이 작년 8월부터 시행한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자진 시정방안 제출제도'를 적용한 최초 사례라고 소개했다.
한기정 위원장은 "시높시스가 자진 시정방안을 제출했다"며 "더 상세한 내용은 전원회의 심의 완료 후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 "온라인 광고대행 불법행위 신고 가능"
한기정 위원장은 소비자 보호대책 추진현황도 공개했다.
그는 "공정위는 작년부터 '깜깜이 결혼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격정보 공개를 추진해왔다"며 "지난 1월 24일부터 소비자원 '참가격' 홈페이지 등에 11개 협약체결 결혼식장·결혼준비 대행업체가 필수·선택품목 가격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또 소비자원을 통해 전국 2천여 개 결혼식장과 준비대행업체를 대상으로 가격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지역별 가격정보나 가격변화 추이 분석정보 등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한기정 위원장은 이날 자영업자의 민생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 광고대행 불법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불법행위로 자영업자 피해가 큰 상황"이라며 "예를 들어 플랫폼 사업자·공공기관을 사칭해 온라인 광고대행 계약을 체결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온라인 광고대행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는 언제라도 사기죄에 해당될 수 있는 기만적 영업행태를 신고할 수 있다"며 "다음 달부터 분기별 TF 회의를 통해 사기업체 수사의뢰와 경찰 수사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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