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몇 년 사이 대한민국의 서민 경제와 직결되는 범죄사건으로 '전세사기' 사건이 빠질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전세사기 사건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회 초년생이나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빌라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각 피해자가 입은 충격이 크고 사회에 미치는 폐해도 더 심각하다.
필자가 여러 전세사기 사건을 다루면서 살펴본 사건의 구조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우선, 범죄자들은 신축빌라와 같이 급히 세입자나 매수인을 구하려는 부동산을 물색한다. 그리고 범죄자들 사이에서, 매수인 역할을 할 자, 임대인 역할을 할 자, 그리고 매도인 및 세입자를 속여서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자로 역할을 나누는 등 범죄조직을 구성한다. 때로는, 또다른 희생자들을 속여서 명의를 빌린 후, 그들을 매수인이자 임대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때, 매도인과 세입자에게 계약 내용을 거래 관행 등으로 설명하며 계약을 체결하게 유도하는 역할은, 주로 범죄에 가담한 공인중개사들이 한다.
사전 준비가 완료되면, 해당 부동산의 매매계약과 전세계약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매매시세가 1억원인 부동산이 있는 경우 매도인과 1억 3천만원으로 계약서를 작성(소위, 업계약)하여 가격을 부풀리고, 이 부풀린 매매가격을 이용하여 세입자를 속여서 실제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하여 보증금으로 1억 2천만원을 받고는, 매도인에게는 실제 시세인 1억원만을 지급한다. 이후 차액인 나머지 2천만원을 범죄자들이 나누어 갖는다. 이런 식으로 50건 정도 진행을 하면 범죄자들이 전세사기 과정에서 중개수수료 등 각종 명목으로 챙긴 수익을 제외한 직접적인 범죄수익만 해도 10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전세사기는, 전세계약 만료시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없을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만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보증계약을 맺었다면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아 자신의 피해를 막게 되나, 대신 주택도시보증공사에게 지급한 보증금만큼의 피해가 생긴다.
세입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와 보증계약만 된다면 자신은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전세계약을 하기도 한다. 전세사기 범죄자들은 이를 악용하여, 전세계약을 유도하기 위해 세입자들에게 주택도시보증공사와의 보증계약을 적극 장려하기도 한다
전세사기의 경우, 법적으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해당 부동산에 대하여 권리를 행사하거나 소유주에게 보증금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소유자 노릇을 한 범죄자들이 이를 갚지 않는 경우가 많고, 해당 부동산이 시장에서 신속하게 전세보증금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되는 경우도 적기 때문에,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법적 권리가 아예 공염불이 되는 경우가 있다.
거듭되는 전세사기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재정상태가 점점 취약해지면, 세입자들을 보호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그렇다면, 전세사기로 인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임대인의 변제능력 및 정상적인 거래 여부를 실질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전세사기 사례들 중에는, 구청이 비정상적인 거래로 의심되는 거래들을 신고하여 수사가 시작된 경우도 많다.
전세사기 범죄자들은 비교적 짧은 시기에 다수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동시에 전세계약을 맺는다. 이렇게 통상적이지 않은 부동산 거래를 관할관청이 모니터링 할 수 있다면 해당 정보를 미리 주택도시보증공사와 공유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이를 보증계약에 참고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심사제도와 권한이 강화되어야 한다. 특정 임대인에게 누적하여 지급보증을 하는 경우 임대인이 소명해야 할 의무를 강화하는 등, 임대인의 지급능력에 대한 실질적인 확인을 전제로 지급보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외부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에게 보증건수 증가를 주문하는 경우가 없어야 함을 물론이다.
둘째,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상 부동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전세사기의 대상이었던 부동산에 대하여 권리를 확보하였으나 별다른 가치가 없어 재정상 손실을 만회하기 어렵다면, 일률적으로 해당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경매하지 않고 가치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며 적극적으로 임대 등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하거나, 경제적 약자들에게 정책적으로 임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겠다.
셋째, 부동산 계약 과정에서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 및 확인 의무가 강화되어야 하며,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연대배상도 확대되어야 한다. 절대다수의 공인중개사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성실히 최선을 다하여 직업윤리에 맞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전세사기 범죄자가 되어 세입자 또는 매도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전세사기 사건의 대부분은 공인중개사의 범행가담이 필수적 요소이다.
그렇다면, 공인중개사에게 목적물, 권리관계, 계약내용 등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인 확인 및 설명의무가 인정되어야 하고, 설명의무 등을 다하였는지에 대한 입증책임을 공인중개사가 부담하도록 하며, 피해자들에게 지급되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지급액 역시 현실에 맞게 상향되어야 한다.
넷째, 부동산 거래에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들의 개입이 적극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 부동산 거래시, 권리의무관계의 설명이나 계약서 작성에 대하여 변호사 등의 법률전문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하여 사전에 사고발생을 방지하는 제도가 필요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가부 또는 보증액 한도 등에 대하여 변호사 등의 의견을 반영하게 하는 방법 역시 고려해 볼 만하다.(법무법인(유) 충정 정준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