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현의 채권분석] 눈치게임 시작

2025.02.1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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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현의 채권분석] 눈치게임 시작



(서울=연합인포맥스) 19일 서울채권시장은 전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을 곱씹으며 등락하겠다.

2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일주일 앞두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 질의에 참석한 만큼, 이 총재는 대체로 원론적인 스탠스를 보였다.

다만 시장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이 총재의 발언이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1.6~1.7%로 가정한 것과 관련, "다시 보고 있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 외에 미국의 경제정책이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정책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경제전망을 내지 않는 1월에 이례적으로 소통 차원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구체적인 수치로 공개한 상황에서, 2월 금통위를 앞두고 이를 다시 보고 있다는 발언 자체가 시사점이 있다는 시각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트럼프 관세의 영향을 가늠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인데, 조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에 발표될 자동차 관세가 25%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에 대해서는 "25%, 그리고 그 이상이 될 것"이라며 "관세는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관세를 발표하기 전에 기업이 공장을 세울 시간을 주고 싶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러한 기대를 안고 강해지기에는 글로벌 금리가 반대 방향으로 버티고 있어서 쉽지 않을 수 있다.

전일 오후 들어 시장이 꽤 약해진 데는 호주중앙은행(RBA)의 매파적인 스탠스 또한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신중한 태도는 주요 호주 국채 금리를 4~5bp 밀어 올렸다.

최근 비둘기파적인 성향을 보였던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도 전일 지금 당장은 금리 인하를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입장을 다소 선회하는 모습이었다.

간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올해 추가 금리 인하를 논하기에는 글로벌 상황이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억제됐다는 판단 하에 다음 조정이 있기 전까지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미 국채 금리도 국내 장 마감 무렵보다 상승폭을 더욱 키웠다. 전 거래일 미 국채 2년 금리는 5.3bp 오른 4.3160%, 10년 금리는 7.5bp 오른 4.5520%로 나타났다.

최근 국고채 금리는 미 국채 금리가 강할 때는 덜 강하고, 약할 때는 덜 밀리는 등 다소 디커플링되는 흐름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2월 금통위를 앞두고 경계감이 점차 커지고 있는 심리도 함께 작용할 듯하다.

특히 이번주 들어서는 시장이 약세 흐름을 이어가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민평 기준 2.642%까지 눈높이를 높이는 등 최근 레인지의 상단에 자리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가 높은 2월 금통위를 앞두고 저가매수 수요가 얼마나 더 유입될 수 있을지를 두고 눈치싸움이 점차 심화될 수 있어보인다.

이번주 후반에도 굵직한 경제지표 발표가 없어 재료상으로는 한산한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수급과 심리에 따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일 여야정 국정협의회를 앞두고 주목도가 높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관련 새로운 정치권 소식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전일 이 총재의 경우 추경의 규모나 시기, 내용에 대해서 그간의 입장을 재확인했고, 특히 민주당이 주장하는 35조원의 추경안에 대해서는 "올해 35조원 규모로 한 뒤에 내년 35조원 이상으로 하지 않으면 성장률에 음(-)의 효과를 주게 된다"며 지적했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가 간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방안을 놓고 협상을 시작했다. 양국이 첫 만남에서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는 데 합의하면서 관련 논의가 우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의 진척 상황에 따라 글로벌 위험선호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금융시장부 기자)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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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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