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 생보사 인수 추진
카디프생명·ABL생명 등 중소형 생보사 검토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한국금융지주가 생명보험사 인수를 추진한다.
국내 금융산업에서 투자금융 중심의 금융지주 명맥을 잇고 있는 한국금융지주가 보험 포트폴리오까지 갖추게 되면 미래에셋그룹, 메리츠금융지주와 함께 비은행 금융지주 간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김남구 회장, 보험 진출 의지 뚜렷…중소형 생보사 최우선 검토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최근 생명보험사 인수를 위해 복수의 자문사와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한국금융지주는 보험산업 전반에 관한 스터디와 더불어 중소형 생명보험사를 최우선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금리 하락기와 맞물려 자본확충 우려가 있는 대형사보단 그간 꾸려온 투자 중심의 사업 부문과 협업할 수 있는 생보사를 살펴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ABL생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카디프생명은 1천억 원대, ABL생명은 2천억원대 매물이다.
최근 카디프생명은 기업은행이 관심을 보이며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기업은행은 사모펀드에 출자하는 형식을 빌린 간접 인수를 검토했다. 앞서 BNK금융지주 역시 같은 방식으로 투논파트너스와 함께 카디프생명 인수를 추진했으나 딜이 성사되진 못했다. (연합인포맥스가 1월 21일 단독 송고한 'MG손보 놓친 기업銀, 카디프생명 '눈독'' 제하의 기사 참고)
ABL생명은 현재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함께 패기지 딜로 인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앞으로 발표될 금융감독원의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번 보험사 인수는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게 그룹 안팎의 전언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이미 보험업에 대한 관심을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드러내 왔다. 지난 2023년 9월 한화생명의 보험대리점(GA)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단행한 1천억 원 규모의 투자가 대표적이다. 당시 한국금융지주는 자회사인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와 한국투자밸류운용을 통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발행한 전환우선주(CPS)를 인수하며 11.1%의 지분을 확보, 그룹 차원의 전사적인 관심을 보인 바 있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한국금융지주가 보험 산업까지 보폭을 넓히게 되면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입지가 더 확대되리란 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잠재 매물이 될 수 있는 보험사 전부를 훑어보는 상황"이라며 "우선해 손보사보단 생보사에 한정된 관심"이라고 설명했다.
◇ 공동재보험 시장 진출하나…非은행 금융지주 경쟁 격화
한국금융지주가 손보사가 아닌 생보사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투자금융그룹이 자산운용 영역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에 손보사보단 생보사가 더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동재보험 비즈니스가 대표적이다. 최근 금리 하락기와 맞물려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악화가 불가피한 보험업계는 공동재보험을 통한 재정 건전성 방어에 나섰다. 삼성생명을 비롯해 신한라이프, 동양생명 등 대다수가 공동재보험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나섰고, 그 덕에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몸값도 비싸지는 추세다.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 공동재보험은 이미 내로라하는 사모펀드(PEF)를 비롯한 투자금융그룹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는 곧 투자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갖춰온 한국금융지주가 보험사를 통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한국금융지주가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되면 미래에셋그룹, 메리츠금융지주 등 비은행 금융지주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 곳 모두 국내 대표 투자금융그룹이지만, 미래에셋생명·메리츠화재 등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이들과 달리 한국금융지주만 증권·운용·벤처캐피탈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메리츠화재를 중심으로 KB금융·신한금융에 이어 국내 금융지주 중 시가총액 3위에 올라선 메리츠금융지주의 선전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미래에셋그룹의 활약은 한국금융지주에도 적잖은 자극이 됐으리란 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미래에셋, 메리츠, 한투가 각각의 강점이 다른 비은행 중심의 금융그룹이지만 한투 입장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더 필요했을 것"이라며 "수조 원의 투자가 필요한 대형사가 아닌 중소형 생보사 라이선스를 활용한 비즈니스라면 한투에 걸맞은 영리한 선택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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