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서의 조곤조곤] '승부사' 김남구의 끝 없는 M&A

2025.02.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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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서의 조곤조곤] '승부사' 김남구의 끝 없는 M&A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1986년 겨울, 알래스카행 원양어선을 타고 4개월 동안 명태잡이에 나섰던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을 가장 많이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승부사'다.

김재철 동원산업 회장의 장남인 그가 2003년 5월 동원금융지주 사장을 시작으로 이듬해 3월, 동원증권 사장을 맡으며 한국투자증권이나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부터, 시장은 그의 승부사 기질을 알아봤다.

2004년 7월, 한국투자증권 인수전에서 그는 '단돈' 12억원으로 칼라일을 눌렀다. 그가 고심 끝에 적어낸 5천412억원으로 인수한 회사는 현재 영업이익은 물론 순이익 기준으로도 연간 1조원을 버는 넘버원 증권사가 됐다.

이후에도 김남구 회장은 '빅 딜' 마다 존재감을 이어갔다. 비록 무위에 그쳤지만, 현대증권과 대우증권 인수전에 뛰어들며 '메가 IB'를 그렸고, 우리은행과 카카오뱅크를 통해선 은행을 꿈꿨다.

한번 뛰어든 시장에선 물러서지 않았다. 숱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우리금융지주와 카카오뱅크 엑시트에 나설 때도 한국금융지주는 흔들림이 없었다. 이미 30여년간 저축은행을 운영하며 소비자와 중소기업 금융을 해온 한국금융지주지만, 간접적으로나마 더 큰 물의 은행을 경험하고 시너지를 찾겠다는 승부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어쩌면 한국금융지주, 아니 김 회장의 꿈은 일찌감치 종합금융그룹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김 회장은 금융업에 발을 디딘 이후부터 줄곧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 역대 내로라하는 금융지주 수장을 자신의 금융 멘토로 삼았다. 이중 김승유 회장은 고문의 이름으로 여전히 김 회장의 옆 방에서 크고 작은 조언을 건네고 있다.

그런 김 회장이 이제는 보험사를 겨냥하고 있다. 그래서 긴장하는 곳들도 적지 않다. 규모보단 내실 있는 생명보험사를 찾아오란 김 회장의 주문에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한다'는 그의 평소 지론과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겠다는 승부사 기질이 모두 담긴 진심이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IFRS17과 K-ICS 도입으로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력, 너그러운 곳간이 필요해진 보험사에서 김 회장은 새로운 기회를 찾은 듯하다.

노무라, 맥쿼리 등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온 글로벌 금융그룹이 때마다 한국금융지주의 레퍼런스가 됐듯이, 이젠 칼라일과 아폴로, KKR 등 유수의 사모펀드(PEF)들이 그의 귀감이 된 듯하다.

다들 보험업은 어렵다고 한다. 마땅한 매물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금융지주가 욕심내는 보험업은 전통의 것과는 좀 달라 보인다. 보험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필요하지만, 그저 주식·펀드에 이어 보험까지 이어지는 판매채널의 라인업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론 읽히지 않는다. 보험사 인수라고 쓰지만, 결국엔 자본시장에서 투자금융의 영역으로 읽힌다.

물론, 녹록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 확신이 부족한 주변에 그가 늘 했던 말처럼, 'Why Not'이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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