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은 지점이 FX스와프 시장 주도한 이유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지난해 외환(FX) 스와프 시장에서 외국계은행 서울 지점의 거래가 국내은행보다 활발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달러-원 환율이 고공행진 하면서 국내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했고, 이 때문에 국내은행들이 FX스와프 물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분석했다.
또 과거에는 중공업체 선물환 물량 등 에셋스와프 물량을 거의 국내은행이 독점했으나, 국내은행의 거래 여력이 줄자 외은지점들이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물량을 확대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FX스와프 거래는 284억4천만달러로 전년대비 21억4천만달러(8.1%) 늘어났다.
◇ 국내은행 독점하던 에셋물량이 외은으로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과거 한 10년은 안정적으로 국내은행이 에셋물량을 많이 받아왔지만, 작년에 환율이 많이 오르면서 국내은행이 이같은 물량을 받지 못하는 이슈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 딜러는 "외은이 에셋물량을 받게 되면서 기존에 보유한 부채 스와프를 통해 중개사를 통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헤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는 한국은행 집계에는 잡히지만, 중개사 거래에는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FX스와프 시장에서는 원화 자산을 많이 보유한 국내 은행들이 보통 중공업체의 선물환 매도나 기관들의 해외 투자 물량을 받아 바이앤셀(buy&sell), 즉 에셋 스와프를 통해 외화를 주로 조달한다.
반면에 외화 자산을 많이 보유한 외은 지점들은 셀앤바이(sell&buy), 즉 원화를 조달하는 부채 스와프 물량이 많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장기물 쪽으로 거래할수록 RWA가 높아지니까 거래를 자제하는 경우도 발생했다"면서 "또 에셋물량을 외은이 공격적으로 비딩하다보니 국내은행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어 위축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은들은 에셋물량을 받아도 기존 부채 스와프 물량으로 바로 헤지가 된다. 올해에도 외은이 시장을 선점하는 흐름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RWA 이슈뿐만 아니라 국내 은행은 외은 지점에 비해 선물환 포지션 한도가 낮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지난해 말 기존대비 각각 50%씩 높아짐에 따라 국내은행은 75%, 외은지점은 375%로 높아졌다.
주요 은행들이 외화운용 제약에 따른 어려움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및 해외 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 진입에 따른 거래 상대방 확대 등의 이유를 들어 한도 상향 필요성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선물환포지션은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로 정부는 이를 일정 한도 내로 묶어 과도한 달러 차입과 이로 인한 외화유동성 불안을 억제하고 있다.
◇ 국내기관 해외 투자도 위축…외은지점 거래는 늘어날 듯
지난 1~2년 사이 국내기관의 해외투자가 줄어든 점도 국내은행의 FX스와프 물량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중은행의 딜러는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국내 기관의 해외 투자 물량도 줄었고, 인프라 금융 등 실투자 물량도 줄었다"면서 "비딩이 심화되는 등 경쟁도 치열해졌고, 국내은행을 중심으로 FX스와프 거래가 대부분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통계로 잡히는 FX스와프 거래량은 늘어났지만 국내은행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과거보다 다소 줄었다고 체감하는 스와프딜러가 많았다.
이들은 통계상 거래가 줄어들지 않은 것에 대해 오버나이트(ON)와 탐넥 등 초단기 거래가 활발했기 때문으로 평가했다.
이 딜러는 "기간물에 비해 오버나이트와 탐넥은 거래가 활발했다. 환전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라면서 "이전에 비해 환율의 레벨 변동이 커지면서 초단기물 거래는 적극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국내은행의 FX스와프 물량은 줄어들고 외은지점이 확대되는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은행의 딜러는 외은 지점의 물량 확대가 작년 하반기부터 뚜렷해졌고, 올해 WGBI 편입으로 외은이 취급하는 FX스와프물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11월부터는 우리나라 국고채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예정이어서 500억달러가 넘는 해외투자금이 FX스와프 등 환 헤지를 통해 우리 시장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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