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신탁 제재②] 영업정지 피했다…"시장혼란 고려한 감경 환영"

2025.02.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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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신탁 제재②] 영업정지 피했다…"시장혼란 고려한 감경 환영"

사후노력 배제한 일괄 제재…잘못된 선례 만들수도

랩신탁 시장 정화 완료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무더기 영업정지가 예정됐던 채권형 랩어카운트 및 특정금전신탁(랩·신탁) 관련 제재 수위가 최종 기관경고로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시장 혼란을 고려한 감경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

다만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 따라 영업정지 1, 3, 6개월을 받았던 증권사들이 일괄적으로 기관경고로 대폭 낮아진 점은 잘못된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는 내비쳤다.

제재 결과를 차치하고 금융당국이 지난 2년간 실시한 채권형 랩신탁 검사를 계기로 수십년간 횡행한 관행적인 불법행위를 뿌리 뽑게 됐다는 게 주된 여론이다.

◇업계, 랩신탁 제재 감경 환영…"시장 혼란 막았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날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정된 랩신탁 관련 제재 수위에 대해 "적정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랩신탁 관련 검사를 받은 9개 증권사 가운데 KB증권·하나증권·미래에셋증권·유진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유안타증권·NH투자증권 등 8곳은 기관경고, SK증권은 기관주의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각각 영업정지와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던 것보다 감경된 수준이다. 금융기관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영업점 폐쇄, 영업정지, 인가·등록 취소 등 5단계로 이뤄진다.

앞서 금감원은 KB, 하나, 미래에셋, 유진투자, 한국투자, 교보, 유안타증권에 대해 3~6개월 영업정지를 통보한 바 있다. NH투자증권은 영업정지 1개월, SK증권은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치며 내려간 제재 감경 조치가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이다. 과태료도 350억원 수준에서 200억원 후반까지 낮아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8개사를 무더기 영업정지 하면 일반 기업의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 등에 문제가 많아질 수 있다"며 "금감원은 집행기관이니 시장이나 정책적인 부분을 덜 고려하겠지만, 금융위는 이를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 정도 차등 안 둔 일괄 제재…"잘못된 선례" 우려

하지만 사후 손실보상 노력이나 불법 정도를 차등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감경 수준을 기관경고로 통일한 점에 대해서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감원 제재심까지만 해도 증권사별로 불법 정도, 사후 손실보상 노력 등을 감안해 영업정지 기간이 1, 3, 6개월로 세분했지만, 증선위를 거치면서 8개 증권사의 제재 수준이 동일해졌다. 기존 가장 강력한 영업정지 6개월을 받은 증권사만 오히려 쾌재의 미소를 짓게 된 셈이다.

증선위는 고객의 손실을 막기 위해 고유 계정을 통해 고객 투자 손실을 껴안은 증권사들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며 과태료 수준도 감경해줬지만, 불법으로 불법을 막았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애매하다는 시각도 있다.

자전거래가 아닌 사적화해와 손해배상으로 처리했을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과 SK증권은 채권형 신탁자산 평가손실과 환매연기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선제적으로 사적화해와 손해배상에 나선 바 있다.

금융위는 KB, 하나, 한투, 교보증권 등 고유 계정을 통해 손실을 껴안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자기 간 매매에 대해서는 과태료 수준도 감경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회사 자금을 써서 기업어음(CP)이나 채권을 받아 간 증권사는 만기 도래했을 때 원금은 받을 수 있다"며 "선제적으로 손해배상으로 처리한 회사들과 차이가 없는 선례가 만들어지면서, 앞으로는 업계 무더기 제재가 예상되는 건은 소비자 구제 활동에 소극적으로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클 때 랩신탁 계정에서 CP나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면 시장이 더 붕괴할 수 있다"며 "자기 계정으로 받아 간 증권사들이 연착륙시킨 측면을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채권형 랩신탁 업계 정화 계기"

한편 금융당국의 채권형 랩신탁 전수조사를 계기로 시장이 정화됐다는 의견에는 대부분이 동의했다.

제재받게 된 9개사 외에도 랩신탁 관련 문제가 있는 증권사들은 피해 갔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제재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단 시장 정화가 우선이라는 점에서는 빠른 마무리가 더 중요했다는 의견이다.

금융당국은 랩신탁 관련 전방위 검사를 계기로 관련 제도를 개선했다. 랩신탁을 통해 만기 미스매치 투자가 이루어지려면 고객 사전동의를 받도록 했다. 금리 등 시장상황 변동 시 랩신탁 계약기간보다 만기가 긴 금융투자상품을 교체하는 등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하는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리스크 관리 기준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고객 리스크 관리를 비롯해 수기로 관리하던 걸 모두 전산으로 처리하도록 해서 제어가 가능하게끔 시스템을 마련했다"며 "몰라서 또는 관행적으로 했던 위법 소지가 있는 부분을 다 개선했기 때문에 규제 수준이 완화된 게 맞는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10년 뒤 금감원 담당자 바뀌고 증권사도 새로운 사람이 오면 문제가 더 교묘하게 변질해 재발할 수 있다"며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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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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