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證, 포모사본드 물꼬…보수적인 대만까지 잡았다
4억달러 발행 성공…조달처 확대로 스프레드 절감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포모사본드의 주요 투자자인 대만 기관은 보수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포모사본드를 찍는 국내 발행사가 공기업 혹은 은행계 금융기관으로 국한됐던 이유다.
미래에셋증권의 도전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이자 비은행계 금융사, BBB급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공모 포모사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꾸준한 현지 IR과 달러채 조달 등으로 대만 기관과 신뢰를 쌓아간 결과다. 이번 조달로 투자처 확대와 동시에 금리 측면의 경쟁력도 드러냈다.
◇글로벌 시장 이어 대만 겨냥, 투심 화답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전일 북빌딩(수요예측)을 통해 4억달러어치 포모사본드 발행을 확정했다. 트랜치(tranche)는 3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이다.
포모사본드는 대만 자본시장에서 해외 기관이 대만달러가 아닌 다른 국가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이번 조달로 한국물 포모사본드 저변이 한층 확대됐다.
포모사본드의 주요 투자자인 대만 은행과 증권사 등은 그동안 안정성이 높은 AA급 공기업 혹은 A급 이상 은행계 발행사의 채권을 매수해왔다.
미래에셋증권은 BBB급(무디스 기준 'Baa2')에 해당하는 데다 비은행계 금융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타깃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은 북빌딩에 앞서 적극적인 IR로 신인도 높이기에 주력했다.
수년간 대만에서 IR를 진행하면서 회사 펀더멘탈에 대한 현지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비즈니스 다변화로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비롯해 우수한 자본력, 지속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실행 등을 강조했다.
꾸준한 달러채 발행도 확장의 기반이 됐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2018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달러화 채권을 찍은 후 2022년을 제외한 매해 글로벌 시장에서 유로본드(RegS)를 발행해왔다. 대만 기관도 해당 발행물을 매수하면서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갔다.
미래에셋증권이 첫 북빌딩부터 뜨거운 호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배경이다. 북빌딩에는 발행액의 4배를 훌쩍 넘는 17억달러 이상의 주문이 몰렸다. 발행물의 62%는 대만 기관의 몫이었다.
◇두 자릿수 스프레드 달성, 공략 효과 톡톡
넉넉한 투자 수요에 힘입어 미래에셋증권은 가산금리(스프레드)를 3년물 미국 국채금리에 95bp 더한 수준으로 확정했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인 125bp 대비 30bp를 끌어내린 것이다.
이번 발행물은 공정가치(fair value)보다 다소 낮거나 비슷한 금리대를 형성한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유로본드 발행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금리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만으로 투자처를 넓히면서 금리 절감 효과도 톡톡히 누린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한국물 포모사본드의 물꼬 또한 틔웠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한국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대만 기관들의 굳건한 투자 심리를 확인시켜준 셈이다.
공모 한국물 시장은 지난달 글로벌본드(144A/RegS) 등의 달러채를 중심으로 발행이 이어졌다. 하나은행의 유로화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과 대한항공 사무라이본드(수출입은행 보증)가 등장하긴 했으나 포모사본드는 이번이 올해 처음이다.
135일룰 등으로 달러채 발행이 제한되면서 이달에는 기업들이 이종통화 조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캥거루본드(호주달러 채권) 투자자 모집에 나선 상황이다. 뒤를 이어 주택금융공사가 유로화 커버드본드를, KT가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딜은 크레디아그리콜과 HSBC, 소시에테제네랄이 주관했다.
phl@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