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스 정상화 올인'…우리금융, 보험사 인수 후 부동산 3천억 매각 검토
[우리금융지주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한 실무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금융지주가 인수 후 최우선 과제로 재무 건전성 개선을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향후 보험사가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양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 증자를 수반하지 않는 자본확충을 추진할 방침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의 자회사 편입 후 3천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우선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업무용 자산을 매각해 요구자본을 줄이고, 중장기 국채를 적극적으로 매입해 보험부채의 듀레이션 갭 관리에 활용하겠다 게 내부 전략이다.
자본비율 이슈에 예민한 우리금융 입장에선 인수 예정인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 관리는 최우선 과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동양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60.3%로 직전분기 대비 6%포인트(p) 가량 하락했다.
이 기간 ABL생명은 152.5%로 8%P 올랐다.
다만 이는 제도 변경에 따른 유예기간 개념인 경과조치 적용 후 수치로, 만약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ABL생명의 킥스는 113.1%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킥스는 150% 수준이다.
경과조치 적용 유무와 관계 없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모두 당국의 권고치를 가까스로 지키고 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이들의 킥스가 더 하락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문제다.
아울러 올해 금리하락 국면이 본격화할 경우 추가 하락세는 불가피하다.
이렇다 보니 자회사 편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금융 입장에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이슈인 셈이다.
현재 동양생명이 보유한 비업무용 자산은 장부가 기준으로 3천억 원이 넘는다.
특히 골프장인 파인크리크와 파인밸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인재개발원 건물 등도 보유 중이다.
ABL생명 역시 여의도 타워와 부산 타워, 신설동 사옥 등 2천억원 안팎의 부동산 자산을 갖고 있다.
재개발 등과 얽힌 자산을 제외하더라도, 장부가와 감정가에 차이가 큰 만큼 일부만 매각해도 수천억원대의 자본확충이 가능하다는 게 보험권의 평가다.
특히, 우리금융은 ABL생명 타워의 경우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으로 활용하기 용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 내부에선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동양생명의 킥스를 170% 수준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동산 매각에 더해 공동재보험 등을 통해 보험과 금리 리스크 자체를 덜어내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현재 금감원은 내년부터 보험사들의 자체 킥스 내부모형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는 금감원이 제시하는 표준모형 이외에도 보험사가 개발한 자체 내부모형을 활용해 요구자본을 산출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에 동양생명은 최근 내부모형과 관련된 시뮬레이션 결과를 우리금융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시장과 소통하면서 보험사의 건전성 확보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신청 접수를 받는 내부모형 도입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금융 내부에선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 등 전통적 자본확충 방식은 최대한 지양하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자본으로 인정되긴 하나 이는 결국 '차입금'에 불과하다는 게 우리금융의 판단이다.
재무건전성이 떨어질수록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게 없다는 얘기다.
우리금융그룹의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08%로 3분기 말보다 0.13%포인트(p) 개선됐다.
하지만 13% 수준을 유지하는 다른 경쟁 금융지주에 비해선 여전히 열위한 상태다.
향후 보험사 자본확충에 추가로 자금이 들어갈 경우 '협상력을 극대화해 가격을 크게 낮췄다'는 그간의 평가도 부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결국 '고가 인수'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 과정에서 지주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다면 금융당국과의 관계는 추가 악화가 불가피하다.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의 부동산 매각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증권사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서 보험사 건전성 관리를 위해 자금을 추가로 쓰지 않겠다는 게 핵심이다"며 "동양과 ABL생명 모두 가용자본 대비 요구자본 요소 중 부동산 위험액 비중이 경쟁사보다 높은 편이라 자산 매각을 먼저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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