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은 2월 19일(화)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정윤교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이민재)
[이민재 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예고대로 관세 폭탄을 꺼내 들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는 특정 산업과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데요. 먼저 지금까지 나온 관세 조치부터 정리해볼까요.
[정윤교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꺼내든 관세 카드는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보편관세 부과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10%,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보편관세 부과를 발표했고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보편관세 부과는 3월 4일로 한 달 유예됐지만 중국에 대한 보편관세는 시행됐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과 브릭스를 보편관세 부과 대상으로 거론했고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3월부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했습니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에 4월부터 상호 관세도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는데요. 상호관세는 상대국 수준에 맞춰서 국가별로 관세율을 정하는 조치를 뜻하고요. 전 세계에 일률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관세에 비해서 상호관세는 나라별로 원하는 협상 조건을 끌어내기 쉬운 측면이 있어서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통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원하는 협상 조건을 끌어내는 데 집중해왔고요. 우리 시각으로 오늘 새벽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자동차 관세는 4월 2일부터 부과될 예정이고요. 의약품 관세는 25% 이상이 될 거라며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트럼프 관세 정책이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것이지만 오히려 미국 경제에 독이 될 거란 얘기도 만만치 않은데요. 이 부분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목표는 하나, 미국의 제조업 부활입니다. 해외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러스트 벨트, 쇠락한 공업지대를 부활시켜서 미국 내 일자리도 창출한다는 구상인데요. 이런 조치가 오히려 돌고 돌아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많습니다. 먼저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미국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에 따르면 올해 트럼프 관세 정책이 유지될 경우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0.5~0.7% 정도 오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미국의 일부 제조업 일자리는 관세 부과의 직접 혜택을 받아 늘어날 수 있겠지만, 해외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할 거란 얘기도 나오는데요. 미국의 세금 정책 연구기관 택스 파운데이션은 트럼프 행정부가 20%의 보편관세와 60%의 중국 관세를 매기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GDP는 1.3%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논란의 관세 위협을 연일 내놓고 있는데도 뉴욕 증시는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은 왜 계속 상승 중인 겁니까?
[기자]
네 뉴욕 증시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도 매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을 무시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인데요. 그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금융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때부터 관세 리스크를 선반영해온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관세 위협이 없었다면 미 증시는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에 있었을 것으로 분석되고요. 현재 가격에 관세 리스크를 일부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상대국과의 협상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관세 조치가 그대로 강행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고요. 실제로는 관세가 예상보다 그렇게 징벌적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은 트럼프 관세 정책의 영향을 일단은 흘겨보면서도 불안감은 어느 정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간 전망에서 관세 문제가 경제를 내려앉게 할 주된 하방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고요. 에버코어는 미 행정부 정책의 불명확성이 투자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놨습니다.
[앵커]
국내 증시도 트럼프 관세 리스크를 어느 정도 막아내는 모습인데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한국에 미칠 영향도 짚어주시죠,
[기자]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 유럽을 겨냥한 거라는 얘기가 많았는데요. 이제 우리나라도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당장 비상이 걸린 쪽은 25%의 관세가 예고된 완성차 업계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멕시코에 이어 미국 수입차 시장 2위를 차지했고 멕시코는 이미 25%의 보편관세가 예고돼 있어서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사실상 우리나라를 겨눴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국내 기업들의 피해는 막심합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해서 해외로 수출된 자동차는 278만대였는데 이 가운데 미국으로 간 물량이 143만대에 달했습니다.
특히 미국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KB증권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이 4조3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현대차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릴 계획이기는 한데요. 부품까지 미국에서 조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요. 한국에 자동차세 관세가 부과되면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은 광범위해질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4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지 않았습니까? 협상을 거치게 되면 자동차 관세가 예고대로 강행되지 않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우리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면 GM 한국사업장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GM 한국사업장이 작년에 국내 생산해서 미국으로 수출한 자동차는 42만대에 달하고요. 국내 판매량은 2만5천대에 그쳤습니다.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관세를 매기면 GM 한국사업장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GM 한국사업장이 아예 철수될 가능성도 있고요. 트럼프 대통령이 GM 한국사업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우리나라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좀 낮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은 부가가치세 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우리나라도 대상이 될 수 있죠?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 환율 불공정 관행 같은 비관세 조치도 폭넓게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부가가치세에 대해서 관세보다 훨씬 더 가혹한 세금 체계라고 주장했고요. 부가가치세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를 관세 부과하는 나라들과 유사하게 간주할 거라고 했습니다. 한국은 당초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른바 FTA 체결로 대미 관세는 거의 철폐됐지만 10%의 부가가치세를 운영하고 있고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를 구매할 때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부가가치세 10%가 미국엔 없지만 한국에만 있다는 점을 비관세 장벽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은 한국이 미국산 수입차를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상호관세 명분을 쌓을 가능성도 있는데요. 미국 무역대표부는 한국이 대기환경보전법상 배출가스 관련 부품 규제를 강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앵커]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전쟁에서 우리가 또 우려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을 가로막았던 정책들을 폐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통상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는 게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이른바 '플랫폼법'인데요. 거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반경쟁 행위를 차단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법안입니다. 미국은 이 법에 반발하고 있는데요. 플랫폼법이 중국 기업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애플, 구글 같은 미국 기업을 규제할 거라는 입장입니다.
공정위는 통상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미국과의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라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겠고요. 이 밖에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한국은 지난해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지정된 상황인데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고율의 관세 부과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미 교역에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국가신용등급과 외국인의 국내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