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 예산안(추경) 논의가 구체화할지 기대를 모았던 전날의 여·야·정 국정 협의회는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동에서는 추상적인 '추경 공감대'를 공유하는 데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국정협의회 이후 "민생 지원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지원, 통상 지원 등 세 가지 원칙에 입각해 시기와 규모 등 세부 내용은 실무 협의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추경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에 정부도 추경 시기, 규모 등 내용에 대해 정리하고 여당도 여당대로 안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우리 당 안이 있다"며 "안을 가지고 테이블에서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합의사항"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측은 "(추경을) 한다가 아니고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것"이라며 "민생·미래산업 지원 분야에 추경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는데 민생 범주에 소비쿠폰 등이 들어올지 오늘 논의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기존에 알려진 추경 논의에서 특별히 진전된 내용은 없는 셈이다.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직전 추경 규모와 시기가 가시화되는 데 실패하면서, 한국은행이 내놓을 성장률 전망이나 관련 발언에 몇 안 되는 긍정적일 만한 재료가 하나 더 사라졌다.
경기 부양이 필요한 상황에서 추경 논의가 늦어지니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는 커질 수 있다.
리서치 기업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수치에서 0.1%P 하향 조정한 1.0%로 제시했다. 이 기관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2.00% 수준까지 낮출 것이라고도 했다.
단기 구간에서는 이달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하며 상대적으로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지표 금리는 연일 하락세다. 전날 외국인 매매 추이도 3년 국채선물 매수, 10년 국채선물 매도로 나타났다.
문제는 레벨이다. 국고 3년 레벨이 2.6%대 초반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마냥 추가 강세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달 인하를 하더라도 최종금리로 가기까지의 길이 험난하다는 점은 기정사실이다. 포워드 가이던스나 '원론적인' 수준의 총재 발언에서 이런 불확실성이 확인되면 시장은 다시 한번 최종금리를 재추정할 수 있다.
현재 국고 3년 레벨이 1.5회 정도의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면, 인하 이후 레벨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인하기 후반에 들어섰다는 판단이라면 기준금리를 상회할 염려도 생긴다.
이에 인하를 단행해도 추가로 수혜를 볼만한 곳은 1~2년 이내의 단기 구간 정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날도 국내 기관의 움직임이 크지 않으면서 외국인이 방향성을 만드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 전날 커브는 외국인 매매에 따른 영향을 대체로 받았다.
이날은 초장기 구간에선 강세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전날 모집이 미실시된 영향이다.
간밤 대외 장기 금리는 소폭 내렸다. 간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0.20bp 상승했고, 10년물 금리는 2.80bp 내렸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재무장관 발언이 주목받았다.
스캇 베센트 재무장관은 장기물 국채 비중을 늘릴 가능성에 대해 "시기상조(That's a long way off)"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장기 금리 하락을 원하고 있다던 그의 얼마 전 발언이 떠오른다.
월마트가 시장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발표한 이후 소매업체를 중심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이에 따른 미국 경기 우려도 반영하며 글로벌 채권시장은 커브 플래트닝(수익률 곡선 가팔라짐)이 나타났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지난밤 1,431.00원(MID)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2.10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437.90원) 대비 4.80원 내린 셈이다. (금융시장부 윤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