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상장사 1.5% 보유 노르웨이 국부펀드 "이사, 주주에 책임"

2025.02.2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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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상장사 1.5% 보유 노르웨이 국부펀드 "이사, 주주에 책임"

"주주 이익 위하지 않는 이사회 바꿀 권리 가져야"

한국, 상법 개정 없이 주주 보호 요원하단 지적 나와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전 세계 상장기업 지분 1.5%를 보유한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가 최근 발표한 의결권 행사 지침에서 "이사회는 주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엄격하게 구분하면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배제한 한국의 현실과 대조를 이뤘다.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 본사

[출처: NBIM]





21일 NBIM이 최근 공개한 의결권 행사 지침(Global voting guidelines 2025)에 따르면 NBIM은 "이사회는 회사의 전략을 수립하고 경영 성과를 감독하며 자신의 결정에 대해 주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NBIM은 "효과적인 이사회는 잘 운영되는 기업의 핵심"이라면서 "이해충돌 없이 독립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사회가 주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을 경우, 주주는 이사회의 변경을 추진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NBIM은 수년간 이사가 주주에 대해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을 의결권 행사 지침에 꾸준히 제시해오고 있다.

NBIM 의결권 행사 지침

[출처: NBIM]





한국의 사정은 이와 다르다.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되지 않아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려도 책임을 묻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지난 3일 선고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항소심에서도 이 점이 다시 확인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이 회장 등의 배임 혐의와 관련,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이사가 주주에 대한 사무처리자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다시 말해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임무를 부담할 뿐, 주주에 대해서도 임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현행 상법으로 일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100곳이 넘는 유수의 글로벌 기관투자자가 회원으로 있는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CGA)는 지난해 12월 공개서한을 발표해 한국에서 지배주주만을 위한 가치 파괴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을 촉구했다.

NBIM은 노르웨이 북해 유전에서 나오는 수익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운용자산 규모는 약 20조 노르웨이크로네(약 2천580조원)이며, 전 세계 상장사 시가총액의 1.5%를 들고 있다. 한국 투자 규모도 28조원 이상이다.

이렇듯 세계에서 가장 큰 기관투자자 중 하나인 만큼 NBIM의 의결권 행사는 찬반이 첨예한 주주총회에서 매번 관심을 끈다.

NBIM은 주주총회 5일 전에 자신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개한다. 다른 주주들이 NBIM의 판단을 참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이사회와 반대 측의 주주총회 표 대결 사례가 늘어나면서 NBIM을 비롯한 큰손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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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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