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선봉' 금융지주, 배당 확대에 자본비율 분기별로 체크한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밸류업 정책에 따라 배당 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는 주요 금융지주가 지속 가능한 주주환원을 위해 배당 가능 재원이 되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분기마다 꼼꼼히 체크하기로 했다.
분기배당과 균등배당 등 배당 정책을 다각화하는 상황에서 CET1 비율의 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챙기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위험가중자산(RWA) 증가 규모를 분기별 관리하기로 했다.
연간 RWA 성장 계획을 두고, 매 분기 적정 CET1 비율을 맞추도록 은행 및 비은행 계열사와 함께 전반적인 성장 조정을 진행한다.
금융지주 계열사 중 최대 자산을 보유한 은행들은 대출 취급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은행들은 매년 초 설정한 성장 목표와 전략에 따라 연간 단위로 RWA를 조정해왔다.
이렇다 보니 그간 연초부터 가계 및 기업대출 영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해 자산을 끌어모았다.
목표한 만큼의 성장을 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초반부터 자산을 늘렸고, 이후 대출 자연 감소분 및 금리 변화에 따른 대출 이탈 추이를 보며 평잔을 조정해 한 해 RWA를 관리했다.
다만 금융지주 차원에서 밸류업 이행이 중요한 이슈가 된 만큼 자산 성장 관리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이미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KB·신한·하나금융지주 등 3개 금융지주는 CET1 비율 13%를 유지하고 있어 은행들도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릴 필요가 없어졌고, 국내외 금융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분기별 RWA 관리를 통해 거시 변수에 따른 성장 미세 조정도 용이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지주들이 분기 균등 배당을 목표로 하다 보니 급격한 성장보다는 배당 정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매 분기 CET1 비율의 등락 폭을 관리하는 것이 투자자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는 달러-원 환율 변동 및 대출 규제 상황에 따라 금융지주의 분기별 CET1 비율이 크게 요동치기도 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4분기 CET1 비율이 3분기 대비 0.33%포인트(p) 하락했고, 하나금융도 2023년 말 13.22%에서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12.89%, 12.80%까지 내리기도 했다.
적정 RWA 관리는 지속적인 성장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환율 급등에 따라 금융지주들이 작년 4분기 RWA 성장을 최대한 억제해 CET1 비율 하락 부담을 줄이긴 했지만, 이익의 기반이 되는 자산을 줄이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제고하는 데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은행의 경우 줄여둔 대출을 다시 늘리기 위해선 금리 메리트를 줘야 하는데 이는 순이자마진(NIM)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은행들도 CET1 조정을 위한 대출 역성장보다 적정 수준의 RWA를 분기 단위로 관리해 효율적인 성장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가 이뤄지면서 자본 사용에 대한 계획 없이 무분별한 대출 성장은 이제 불가능하게 된 셈"이라며 "성장이 역행할 순 없으니 연간 계획을 큰 목표로 두고 분기 단위로 타이트하게 성장 규모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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