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약달러 시작일까…관세 엄포에도 내려가는 환율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엄포에도 달러-원 환율이 하락 추세를 타고 있다. 글로벌 외환시장이 트럼프 관세 리스크를 가격에 상당 부분 선반영했으며 실제 정책 집행이 공언한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환율이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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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에도 환율 하락…이미 반영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최근 3거래일 연속 하락해 1,430원대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초 대비해서는 40원 하락했다. 간밤 미국 재무부 장관의 발언과 엔화 강세의 영향을 받은 결과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간밤 "경제 이론은 관세가 달러를 강하게 한다고 하지만 시장은 이미 이를 반영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가 철강과 알루미늄 25% 관세를 공식화하고 세계 각국에 4월부터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지만 해당 정책의 환율 영향은 이미 반영돼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국내 주요 은행의 외환 딜러도 "트럼프가 관세 엄포를 계속 놓고 있지만 단순 발언만으로 환율이 급격히 반응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며 "실제로는 공약대로 전면적인 관세 부과를 실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베센트 장관은 또 당초 시장이 우려했던 미국 장기물 국채 발행 비중 확대는 시기상조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달러 인덱스(DXY)는 2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달러-엔 환율은 연중 최저치인 149엔대로 떨어졌다.
◇트럼프 약달러 유도할 수도…재조명받는 스티브 미란 보고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경제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케이티 마틴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최근 칼럼에서 "트럼프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근본 체계를 뒤흔드는 일도 서슴지 않을 수 있다"며 "현재 시장이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트럼프가 달러 약세 유도 등 글로벌 금융 질서에 충격을 가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스티브 미란의 미국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의 정책 보고서도 재조명받는다.
그는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저평가된 타국 통화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컨센서스지만 이 결론은 틀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플라자 합의'와 같은 다자(multilateral) 협상을 통해 통화 가치를 조정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일방적인(unilateral) 조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여기에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하거나 미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 달러화를 대규모로 매도하고 타국 통화를 매입함으로써 외환보유고를 확충하는 방식이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1기 행정부 당시 "달러 강세가 미국 제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2기 행정부에도 비슷한 발언을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역시 지난해 키스퀘어 투자자 서한에서 트럼프 경제 정책에서 관세에 기반한 달러 강세 전망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위안화 우군될까…중국 경기부양 기대감도
내달 중국의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예상도 달러-원 하락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양회는 중국의 주요 정책 방향과 경제 목표를 설정하는 최고위급 정치 행사다. 내달 4일부터 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사상 최대 규모인 3조 위안의 국채 발행이 기대된다.
양회를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민영 기업 심포지엄(좌담회)에 참석해 중국 빅테크 기업가에게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주문했는데 이 간담회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참석했다는 사실도 주목받는다.
마윈은 2020년 10월 금융 당국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한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고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에 수조원대 벌금을 부과했던 바 있다. 이번 마윈의 공식 석상 재등장은 중국 정부가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부문 성장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패러다임 전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외환시장의 한 전문가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과 달리 현재 중국은 위안화 절하를 적극적으로 유도하지 않고 있다"며 "3월 양회에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발표될 경우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 환율도 추가로 하락할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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