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트럼프 정책 방향 주시하며 '중립' 기어…"금리 인하 헛된 기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워싱턴 정치 변수를 주시하며 중립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연준 관계자들은 최근 정책이 "상·하방 리스크에 대응할 준비가 잘되어 있다"고 강조했으나 실상은 정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23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블로그 게시글에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세금 및 규제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으나 동시에 무역과 이민 정책의 향방에 대한 우려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이러한 상반된 흐름이 정책 결정 과정에 더 큰 복잡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확실성, 정책 결정에 복잡성 더해"…신중론 확산
보스틱의 발언은 연준 관계자들이 정책 회의 사이에 발언을 내놓는 이른바 '페드스피크(Fedspeak)'가 활발하게 이어지던 시점에 나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지역 연은 총재들은 연준의 정책 기조가 "잘 정비돼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무역 및 경제 정책이 초래할 변동성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관계자들은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를 12차례나 언급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무역, 이민, 재정 및 규제 정책 변화의 범위, 시기, 경제적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은 불확실성이 고용 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다. 현재 고용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관세가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난망'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설정하고 있지만, 이 목표는 지난 4년간 달성되지 못했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초과할 위험이 상방으로 치우쳐 있다"며 "기본 시나리오는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2%를 향해 수렴하는 것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통화정책이 다소 제약적인 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이 과정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살렘 총재는 현재 연방기금금리 수준인 4.25∼4.5%가 '다소 제약적(modestly restrictive)'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보스틱 총재는 금리 동결 필요성에 대해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였지만 추가적인 물가 안정 위협 가능성을 경고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비둘기파적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관세의 경제적 충격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관세가 얼마나 많은 국가에 적용될지,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수준의 충격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기대는 '희망 회로'에 불과
매체는 지난달 FOMC 회의록은 연준이 향후 경제 충격에 민감하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추가적인 금리 조정에는 신중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강조했다.
회의록에서는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추가로 조정하기 전에 인플레이션이 더 진전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명확히 언급돼 있다.
관세와 인플레이션 외에도 금융 안정성 이슈도 연준이 주목하는 위험 요소다.
FOMC 회의록에서도 금융권의 레버리지(부채 활용)와 장기 부채 수준에 대한 언급이 포함됐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피터 G. 피터슨 재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46조 2천만 달러 규모의 미국 채권 시장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며 "주요 금융기관들이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12개월 이내에 채권 시장에서 대규모 매도(sell-off)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돌아오는 것이 확실해지기 전까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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