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코요커'들의 사랑방, 뉴욕한국문화원

2025.02.2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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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지금] '코요커'들의 사랑방, 뉴욕한국문화원



(뉴욕=연합인포맥스) "뉴욕한국문화원 신청사가 개원한 첫 해 2만명 이상이 다녀갔습니다. 지원을 아끼지 않은 동포 사회와 기업, 지자체 등에 감사드리며 뉴욕문화원이 앞으로도 뉴욕 속의 '찐' 한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년 2월 말 뉴욕 맨해튼 32번가 한인타운 인근에 개관한 뉴욕한국문화원(뉴욕코리아센터·문화원)이 25일(현지시간)로 개관 1주년을 맞게 됐다. 공식적인 개원 행사는 자견 6월 25일에 진행됐지만 지난해 설날 행사를 열며 사실상 공식 개원을 하게 됐다. 지난 1979년 뉴욕에 한국문화원이 처음 생긴 이후 45년 만에 처음으로 '자기 집'이 생겼는데 그로부터도 벌써 1년이다.

김천수 문화원장은 지난 1년의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이 다녀갔고 그만큼 한국 문화가 뉴욕에서도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는 게 확인됐지만 올해는 한층 더 박차를 가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문화원은 그 1년간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부지런히도 힘써왔다. 문화원이 주최한 문화행사만 1년간 60개가 넘었다. 일주일에 하나 이상으로 문화행사를 유치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행사 성격도 영화특별전부터 미술 전시회, 음식 시음회까지 폭이 넓었고 다양한 영역을 두루 다뤘다.

주목할 만한 행사는 여럿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22m 높이에 8m 너비로 문화원 내부에 설치된 '한글벽'은 지난해 대표적인 작업으로 손꼽힐 만하다.

뉴욕한국문화원 신청사에 설치된 '한글벽'

뉴욕한국문화원 제공





한글벽은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강익중 작가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졌다. 문화원과 강 작가는 전 세계 50여개국의 참가자 7천여명으로부터 '나누고픈 한글 문구'를 응모 받은 뒤 그중 1천개의 문구를 온라인 투표와 작가의 심사로 엄선해 총 2만개의 타일에 담았다.

한글벽은 문화원의 텅 빈 내벽 공간을 산뜻한 아이디어와 다채로운 색깔로 채우면서 금세 문화원의 시그니처가 됐다.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과 외국인을 문화원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LG의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초 문화원이 한글벽을 설치하기로 결정한 뒤 가장 먼저 직면한 문제는 예산이었다. 한글벽에 들어가는 예산이 100만달러에 이를 만큼 컸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김천수 뉴욕문화원장은 백방으로 자금을 모집하러 다녔는데 그 과정에서 기꺼이 협력해준 곳이 LG였다. LG는 한글벽에 필요한 예산을 직접 지원하긴 어렵지만 전 세계 참가자들로부터 문구를 응모 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 웹사이트를 무료로 만들어주기로 했다.

김 원장은 "여러 기업에 지원 의사를 타진했으나 난색을 표하는 곳이 많았다"며 "LG와 양현재단, 키스뷰티그룹 등이 기꺼이 나서주면서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상 깊은 전시회도 문화원에서 잇달아 열렸다.

작년 3월에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1세대 한인 미술가 존 배의 생애 첫 대규모 회고전이 문화원에서 열렸다. 한국뿐만 아니라 재미 한인 미술 작가들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면서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다.

작년 5월에는 현대미술시장 및 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인 작가로 꼽히는 고(故) 김환기 작가의 사후 뉴욕 첫 특별전이 '50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난 김환기'를 주제로 열리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 9월에는 한글벽을 세운 강익중 작가의 특별전이 열렸는데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 소장된 강 작가의 대형 작품들이 선보이면서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문화원은 뉴욕의 대표적인 오페라단 메트로폴리탄오페라단의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연말 미니 콘서트를 열거나 한국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연주회를 열어 문화원을 찾는 이들의 음악적 기호도 충족시켜줬다. 농심 및 맨해튼 한식당 26곳과 함께 한식 문화를 집중 홍보하거나 한국 딸기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도 문화원이 함께 했다.

뉴욕한국문화원 외관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문화원 신청사를 세우는 데는 한국 정부의 장기적 안목과 과감한 결단이 역할을 했다.

신청사 프로젝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주차장으로 쓰이던 590㎡가량의 부지를 1천580만달러에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그전까지 문화원은 맨해튼 57번가 인근의 한국총영사관 6층에서 셋방살이 신세였다.

당시 왜 비싼 돈을 주고 미국 땅을 사느냐는 '근시안적 비판'도 나왔지만, 정부는 한류의 중심지를 만들려면 번듯한 실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인과 재미 한국인, 외국인이 직접 교류할 수 있고 문화를 즐기는 '구심점'이 있어야 한류로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후 시공사 선정에도 어려움을 겪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공기가 지연되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개관한 신청사는 당시 정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실제 뉴욕의 재미 한국인과 한국인 여행객,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외국인까지 이를테면 '코요커'들이 편하게 오가며 한국 문화를 전파한다는 점에서 문화원은 사랑방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고 느껴진다.

김 원장은 "작년에 2만명이 문화원을 방문했는데 앞으로 5만명, 10만명을 목표로 하겠다"며 "올해도 다양한 'K-아트', 'K-컬쳐'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뉴욕에서 한류가 더욱 깊고 넓게 흐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원은 평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업무 시간에 여권이나 면허증을 제시하면 여행객을 포함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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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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