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첫 여성 2인' 체제…'리플레파' 영향력은 감소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일본은행(BOJ)이 차기 심의위원으로 고에다 준코 와세다대 교수를 내정하면서 처음으로 여성 심의위원이 2명이 됐다.
2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OJ 관계자들이 고에다 교수의 심의위원 기용에 대해 대체로 납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고에다 교수는 오는 3월 25일 퇴임하는 아다치 세이지 심의위원의 후임으로 26일에 취임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안은 1월 말 국회에 제출됐으며 정치적 역풍 없이 중·참 양원을 통과했다. 고에다 교수가 취임하면 현재 다무라 나오키 위원과 함께 1998년 신일본은행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여성 심의위원이 2명이 되는 사례다.
◇BOJ 인사 키워드는 학자, 소수여당, 여성
BOJ 관계자들이 언급한 핵심 인사 키워드는 '학자', '소수 여당', 그리고 '여성'이다.
고에다 교수는 금융과 거시경제를 전문으로 하며, 국채 관리 정책에도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BOJ의 금융정책 운용을 담당하는 기획국도 과거 그의 자문을 받은 적이 있으며, 2022년 8월에는 당시 BOJ 기획국 스태프와 함께 장단기 금리 조작(YCC, 수익률 곡선 통제)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학자인 고에다 교수의 기용으로 BOJ 내부에서는 "보다 심도 있는 경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마이너스 금리나 상장지수펀드(ETF) 매입과 같이 제도 설계가 중요했던 '이차원(양적·질적) 완화' 정책과 달리, 금리 인상은 경제와 물가 상황을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 이번 인사는 BOJ의 정책 방향이 금융 정책 정상화로 움직이고 있다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매체는 평가했다.
◇리플레파 영향력은 감소
이번 인사에서 주목할 점 중 하나는 '리플레파'(Reflationist)'의 후퇴다.
이전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 총리 시절에는 금융 완화와 재정 지출에 적극적인 리플레파 인사가 심의위원에 기용됐다. 아다치 위원뿐만 아니라 노구치 아키라 심의위원도 리플레파로 분류된다.
이번 고에다 교수의 후임 기용으로 리플레파의 색채는 옅어지며, 남은 리플레파는 노구치 위원 한 명이 된다.
1월 말 고에다 교수의 인사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일부 정치인들로부터 "왜 리플레파가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에서 눈에 띄는 반대는 나오지 않았다.
소수 여당이기 때문에 의회 동의 인사를 위해 야당의 찬성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고에다 교수는 "반대할 이유가 없는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BOJ 성별 다양성 부족 문제 여전한 '과제'
고에다 교수 기용으로 BOJ 내 성별 다양성 문제도 다시 부각됐다.
한 BOJ 관계자는 최근 열린 지점장 회의에서 이번 인사에 대해 "보통의 시선으로 보면 이례적인 광경"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BOJ의 일본 내 32개 지점 중 여성 지점장은 전무하며 지점장 회의에 참석하는 해외 지점 총괄 책임자들 역시 모두 남성이다.
지금까지 BOJ에서 지점장이나 해외 총괄직을 맡았던 여성은 6명뿐이다.
현재 고치은행의 부행장을 맡고 있는 가와이 유코는 BOJ 고치 지점장을 역임했다. 또 지난해 5월 퇴임한 시미즈 토키코 전 이사는 BOJ 최초의 여성 이사였으며, 나고야 지점장과 유럽 총괄 등을 지냈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2명의 위원 중 4명이 여성이며,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여성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이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중앙은행 성별 균형 지수에서 BOJ는 185개 중앙은행 중 156위에 머물렀다.
BOJ도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2024년 4월부터 2026년 6월까지의 '여성 활약 추진 행동계획'에서 종합직 및 특정직 여성 채용 비율을 40%로 설정했으며, 2023년 채용자 중 여성 비율은 44.9%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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