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세상 나온 지 벌써 10년…금융혁신 '퍼스트무버' 절반의 성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이수용 기자 = '누구나 쉽고 상식적인 금융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비전을 들고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된 지 10년이 지났다.
간편 송금 및 무료 수수료, 편리한 사용자환경(UI) 등 한발 빠르게 금융 혁신을 끌어내며 '퍼스트 무버' 역할을 어느 정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금융 혁신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익으로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핀테크 1호 유니콘서 매출 1조 금융 플랫폼까지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는 오는 26일 앱 출시 10주년을 맞이한다.
토스는 은행들과 손잡고 간편 송금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그 시작을 알렸다.
이듬해 1월 토스는 앱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누적 송금액 1천억원을 돌파했고, 무료 신용점수 조회 및 토스 인증서 등 간편 서비스의 영역을 넓혔다.
지난 2018년 말에는 핀테크 기업 중 처음으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평가를 받는 '유니콘'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토스는 2016년 연 매출 35억원에서 2019년 1천187억원까지 빠르게 성장했고, 서비스 영역을 넓혀오면서 2022년에는 연간 매출 1조1천33억원을 달성했다.
이런 성장세에 토스는 지난해 3분기 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흑자 궤도에 올랐다.
토스는 기존 금융사의 영역까지 빠르게 사업을 확장했다.
토스는 앱 시너지를 제고하기 위해선 결제 영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LG유플러스의 전자지급결제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2020년 8월 토스페이먼츠를 세웠다.
다만 토스가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는 동안에도 자본 및 이익 창출력에서 의구심은 계속됐다.
토스는 지난 2019년 5월 제3인터넷전문은행의 꿈을 꿨으나, 지배주주의 적합성과 자금조달능력 측면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예비인가 심사에서 탈락했다.
기업 가치는 높으나 유의미한 순이익을 내지 못하고, 비바리퍼블리카의 높은 지분은 토스뱅크가 은행으로서 적절한 자본 조달력을 갖추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토스는 하나은행과 한화투자증권, SC제일은행 등 금융사를 주주로 앞세워 같은 해 12월 다시 진행된 예비인가 심사를 통과했다.
토스증권도 지난 2018년부터 증권업 진출을 공식화하며 2019년 예비 인가를 신청했지만, 당장 그 문턱을 넘진 못했다.
토스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전환우선주(CPS)로 전환하면서 자본 안정성을 갖췄고, 이듬해인 2020년 3월 금융당국의 금융투자업 예비인가를 통과했다.
이에 토스는 송금에 이어 결제, 은행, 증권 등 금융 영역 전반을 책임지는 '슈퍼앱'의 기틀을 마련했다.
◇'슈퍼앱' 실현한 금융플랫폼…토스 영향력 무한확장
토스는 단 한 순간도 앱을 떠나지 않도록 앱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간편 송금, 펀드 소액 투자, 보험 비교, 증권 거래와 은행 기능 등 일상의 서비스들을 '토스 앱' 하나에 녹여냈다.
그 결과 토스는 원 플랫폼 전략으로 금융권 대표 슈퍼 앱으로 자리 잡았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은행권의 경쟁 강도는 전례 없이 치열해진 가운데 지난해에는 은행권 무료 환전 경쟁에도 불을 지폈다.
토스뱅크가 지난해 내놓은 외화통장은 앱을 통한 손쉬운 개설과 '평생 무료 환전' 혜택을 앞세워 서비스 출시 105일 만에 가입 고객 수가 100만명을 돌파하고, 지난해 11월 말 기준 193만명까지 늘어났다.
외화통장 출시 이후 시중은행에서도 무료 환전 혜택이 있는 상품을 앞다퉈 낼 정도였다.
토스뱅크는 자동으로 외화를 사고파는 기능과 수익률 알림 등 외화 거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신규 기능도 추가했다.
올해 2월부터는 간편결제 선불전자지급 방식인 '토스페이머니'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
토스는 결제 수단에 더해 결제방식을 다양화해 토스페이 서비스의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혁신금융' 선도하지만…계열사 적자행진은 '숙제'
토스에게 올해는 회사 경영에서 중요한 변곡점의 해이다.
회사가 2013년 창업 뒤 처음 흑자 궤도에 오르고 있는 데다 기업공개(IPO)라는 큰 과업도 추진하고 있어서다.
꾸준히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온 비바리퍼블리카가 미국에서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국내 대신 미국 증시 상장에 도전한다.
다만 토스는 상장 전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1천910만명의 MAU 등 고객 기반 및 플랫폼 확장성이 우수하지만, 수익성 창출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토스의 자본총계는 8천580억원으로, 3배 이상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을 인정받아야 1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토스는 뱅크와 증권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수익을 내는 계열사가 없다.
토스뱅크는 연간 흑자전환이 유력하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와 주택담보대출 상품 부재 영향으로 대출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과제로 꼽힌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345억원을 올리며 첫 연간 흑자를 앞두고 있다.
대출 규모를 키우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가계 대출 수요가 둔화하고 있어 우량 대출을 확보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저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를 채워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대출자산 확대와 건전성 유지 사이의 상충관계가 더욱 뚜렷하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전세자금대출 확장 등을 주된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역전세와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관련 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토스증권은 지난해 1천315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2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토스페이먼츠와 토스인슈어런스는 적자 폭을 좁히지 못했다.
토스페이먼츠의 당기순손실액은 2021년 203억원에서 지난해 650억원으로 불어났고, 2021년 119억원이었던 토스인슈어런스의 순손익액은 2022년 62억원으로 축소됐다가 2023년 다시 120억원으로 늘었다.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토스뱅크에도 불똥이 튀었는데, 당시 해프닝으로 끝이 났으나 다른 인터넷은행에 비해 예대율이 낮고 연체율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어 수익구조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성장성이 핵심인 플랫폼 기업의 속성을 감안해도 금융업의 특성상 안정적 수익성 창출이 기업가치 제고의 필수과제"라며 "의미 있는 수익성 확보까지 상당 기간 소요가 예상된다는 점이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토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gyoon@yna.co.kr
sylee3@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