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옳은 결정 내리는 경향…RBA, 부동산 때문에 매파인 척"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4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개시한 호주중앙은행(RBA)은 채권시장의 인하 기대가 너무 앞서나간다며 '매파적 인하' 스탠스를 내세웠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채권 시장은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어 향후 추가 금리인하를 확신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릴까 우려해 RBA 총재가 매파인 '척' 했을 뿐이라는 진단이다.
호주 제이미슨 쿠트 본드의 앵거스 쿠트 공동 창립자는 23일(현지시간) 호주파이낸셜리뷰(AFR) 오피니언을 통해 "지난주 RBA가 발표한 통화정책 결정 성명에서는 비교적 균형 잡힌 톤이었지만, 기자회견에서 미셸 블록 총재는 지나치게 강경한 어조로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며 "전반적으로 여러 모순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RBA는 지난 18일에 기준금리를 25bp 인하했다. 지난 2020년 11월 이후 4년여 만에 금리를 내렸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주요국 대비 다소 늦게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블록 총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와 동결) 양쪽 모두 의견이 분분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오늘의 결정이 시장이 예상하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보장할 순 없다"며 "'제약적인' 통화 정책을 조금 완화하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매파적 인하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기자회견 다음 날, 현지 언론들은 RBA의 금리인하가 일회성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쿠트 창립자는 블록 총재가 이처럼 매파적인 분위기를 보인 이유로 부동산을 지목했다.
그는 "금리에 집착하는 호주인들은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를 통해 부동산 및 주식 시장에 레버리지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중앙은행이 대중에게 향후 금리 인하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려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동물적 충동을 조장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에 중앙은행의 목표와 완전히 상충된다"며 "RBA는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킨 성과를 축하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없었다면, RBA가 더 빨리 금리를 인하했을 것이라고 쿠트 창립자는 추측했다. 그만큼 최근 호주에서 중앙은행-정부 간 합이 맞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제는 완화라는 정책 조합을 펴기 좋다고 제언했다. 이민 급증을 고려한 경제 성장률과 소비 심리, 임금 인플레이션 등을 대입해봤을 때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쿠트 창립자는 "역사적으로 채권 시장은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이 사전에 완전히 인하를 선반영한 이달 금리 결정도 대표적인 예"라고 전했다.
또 "오는 5월과 8월에 추가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내년 초에도 금리를 낮출 것"이라며 "이번 인하 사이클은 100bp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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