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올해 만기가 도래한 은행 금융지주와 보험사의 자본성 증권이 11조원에 달하면서 발행시장을 찾는 금융회사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은행은 물론 보험사의 건전성 사수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일찌감치 시장 조달을 저울질하는 곳들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 및 금융지주, 보험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1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은행과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만기도래 물량이 6조원에 달하고, 보험사도 1조원 넘는 만기도래 물량을 보유 중이다.
이미 연초부터 이들 금융회사는 발행시장에서 차환 발행에 나선 상태다.
현재까지 발행이 완료된 물량만 2조7천억 원이다.
이미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각각 4천억 원 안팎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DB손해보험 8천억 원, 한화손해보험 5천억 원, 메리츠화재와 DB생명이 각각 3천억 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내달까지는 4조원에 육박하는 발행 물량이 대기 중이다.
은행권에선 이번주 농협은행이 4천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내달에는 우리금융지주가 4천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4월 초에는 하나금융지주가 4천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선보인다.
보험업권에선 이번주 흥국생명이 2천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시작으로 내달 KB손해보험 5천억원, NH손해보험 2천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도 예정돼있다. 내달 말에는 현대해상과 한화생명이 각각 8천억 원, 6천억 원의 대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특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개선을 위한 보험사들의 발행은 당분간 더 이어질 모양새다.
신한라이프는 물론 DB손해보험과 코리안리도 자본성증권의 추가 발행의 시기와 규모를 저울질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의 첫 번째 콜 데이트에 조기 상환을 이어가는 게 불문율이다. 평판리스크를 중시하는 분위기상 당연한 선택이다. 이미 한차례 흥국생명 사태를 겪으며 시장의 반응을 지켜본 이들에겐 더욱 그렇다.
이에 올해는 작년보다 발행시장을 더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한 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RWA 증가로 인해 자본비율을 준수하기 위해서라도 코코본드 발행은 필요하다"며 "앞으로의 금리 추이를 고려하면 경제적 실익보다도 평판리스크 관리가 더 우선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건전성 사수에 비상이 걸린 보험사는 더욱 그렇다. 다행히 금융당국이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를 위한 연착륙 방안을 내놓으며 발행 속도가 다소 조절되고 있지만, 금리 인하 사이클상 자본 확충 부담은 여전해서다.
다만 보험사는 이 과정에서 신종자본증권보단 후순위채를 더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대다수 보험사의 발행 목적이 자본확충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금융 비용을 낮추는 게 유리하다"며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후순위채를 적극적으로 선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올해도 역대급 발행을 기록할 자본성 증권을 두고 공급 확대에 대한 경계감도 짙어지고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자본성증권을 쏟아내다 보니 성격이 비슷한 은행 금융지주들의 코코본드 등과 투자 수요가 중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기관들이 얼마만큼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은행 금융지주와 보험사가 갖는 펀더멘털이 다른 만큼 투자 수요를 확보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앞서 신한지주와 메리츠화재의 자본성증권이 같은날 발행됐을 때도, 두 곳 모두 견조한 수요가 모였다"며 "성격이 유사하지만 들여다보면 펀더멘털에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자본성증권의 고금리 메리트가 여전한 만큼 올해 기관이나 리테일에서도 자금을 확보하는 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