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치 중심에 선 골드만 출신 女 경제학자
알리스 바이델 독일대안당 공동대표
유로화 비판하면서도 자유시장 강조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마거릿 대처는 영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총리 자리에 올라 영국을 다시 일으켰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2위 득표율(20.8%)을 기록한 독일대안당(AfD)의 알리스 바이델(46) 공동대표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롤모델로 꼽으며 한 말이다.
독일은 위태로운 세계 3위 경제국이다. 지난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유럽의 병자'가 된 독일의 유권자가 '극우'로 불리는 독일대안당에 표를 던진 이유는 반(反)이민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자유시장을 굳게 지지하며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영국 총리를 지낸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를 추종하는 바이델의 경제관에도 동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델의 자유주의 경제관은 금융인으로서 경험한 실무와 경제학 박사라는 학술적 배경 속에서 형성됐다.
1979년 독일 서부 노르트 라인-베스트팔렌에서 태어난 바이델 대표는 가톨릭 중산층 집안에서 자랐다. 대학 입학 무렵 가구 세일즈맨인 아버지가 권유한 의학 대신 경제학과 경영학을 골랐고, 바이로이트대학교에서 두 학문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독일 경제·금융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 소재 골드만삭스였다. 글로벌 금융기관 골드만삭스에서 애널리스트로 1년여간 짧게 근무한 이후로는 크레디트스위스·알리안츠 등에서도 일했다.
중국은행(BOC)에서 일하며 6년간 중국에서 거주하기도 했는데, 중국 연금시스템에 대한 연구로 바이로이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때 박사과정을 지도한 인물이 초창기 독일대안당을 지지한 보낸 피터 오베렌더 바이로이트대학교 교수로, 그는 엄격한 자유시장을 믿는 경제학자다.
2013년, 바이델이 입당한 독일대안당은 독일이 부채위기를 겪는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안을 반대하는 독일 경제학자들이 창당했다. 원래 경제 의제 때문에 만들어진 정당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독일이 유럽연합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체제에서 다른 나라 때문에 손해를 입는다고 보는 바이델은 영국의 '브렉시트' 같은 탈퇴를 추구한다.
'우리나라가 먼저'라는 구호 아래 다른 나라가 아닌 독일 경제와 독일인을 우선 살리자는 입장이며, 반(反)이민 정책도 이러한 자국 우선주의와 같은 맥락이다.
국제주의를 배척하는 성향을 빼면 바이델의 경제정책은 전통적인 신자유주의 정책과 비슷하다. 감세와 정부의 시장개입 최소화를 주장한다. 예컨대 정부가 에너지 시장에서 친환경 에너지 보조금을 줄이고, 화석연료 규제를 완화해야 고물가가 낮아진다는 논리를 편다.
독일대안당이 제2당을 차지했지만, 현재로선 내각에 참가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한 중도보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은 독일대안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에 선을 그었다.
'독일판 철의 여인'을 꿈꾸는 바이델은 '다음번엔 우리가 제1당을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수년간 급성장한 독일대안당에 대한 지지가 더 강해지면, 반(反)유로 정책과 강경한 시장중심 정책이 유럽경제 지형을 흔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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