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의 상장사 이사 겸임에 "책임경영 긍정적…이해충돌은 견제해야"
지배주주·전문경영인, 복수 상장사 이사 겸임 사례 흔해
"이해 상충 다양하게 발생…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한 달 앞두고 주총 의안이 속속 확정되는 가운데 재벌 총수와 전문경영인의 상장사 이사 겸임이 이어지고 있다.
책임 경영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면이 있지만,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 등을 통해 지배주주의 이해 충돌 가능성을 적절하게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음 달로 대거 예정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정기주총에서 그룹 총수와 전문경영인의 이사 선임 의안이 다뤄진다.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는 정기주총 의안 가운데 하나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의안을 올렸다.
정의선 회장은 두 회사 외에 현대모비스[012330]의 사내이사로도 재직 중인데, 올해 주총 의안이 통과되면 3개 상장사의 사내이사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지주[004990]와 롯데케미칼[011170], 롯데웰푸드[280360], 롯데칠성음료[005300] 등 4곳의 상장사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케미칼과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되는 만큼 조만간 재선임 의안이 확정돼 공시될 가능성이 크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계열 상장사 가운데 ㈜한화[000880]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한화솔루션[009830] 등 3곳의 사내이사, 한화오션[042660]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올해 3월 김동관 부회장의 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회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이다. 양사는 김동관 부회장의 이사 재선임 의안을 다음 달 주총에서 다룬다.
상장사 이사 겸임이 총수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전문 경영인도 이 같은 사례가 적지 않다.
SK㈜[034730]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사내이사인 장용호 사장은 SK하이닉스[000660]와 SK이노베이션[096770]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하고 있다.
권봉석 LG그룹 부회장은 ㈜LG[003550] 외에 4곳의 전자·화학·통신 계열 상장사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할 예정이다.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변호사(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는 "계열사라 하더라도 서로 거래가 있거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며 "특히 상장사는 일반주주가 따로 있기 때문에 (이사의) 이해 상충 관계를 어떻게 해소할 것이며 그것이 적절한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장사여도 100% 자회사인 경우에만 이해 상충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벌 총수의 상장사 이사 겸임 자체는 책임 경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잠재적 이해 충돌 가능성을 적절하게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를 하든 안 하든 중요 결정은 어차피 총수가 내리기 때문에 그럴 바엔 (총수가) 법적인 책임에 노출되는 등기이사로 들어가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룹 차원에서 자원을 배분할 일이 생길 때 계열사 간 지분구조가 달라 이해 상충이 다양하게 생길 수 있는데, 양쪽의 이사로 들어가 있으면 쌍방대리 구조가 두드러지는 면은 있다"며 "이사회에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많이 들어가 이해 상충 사안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유망한 투자 기회가 있을 때 총수 지분율이 높은 회사는 많이 투자하고, 총수 지분율이 낮은 회사는 적게 투자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교수는 각각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에서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상법 제368조 제3항과 제391조 제3항이 현행 '회사 충실' 상법에서는 사실상 사문화하고 있다면서 '주주 충실'로 상법을 개정해 주주 간의 이해 상충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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