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 빠진 '주총 시즌'…올해 관전 포인트는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오는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예년 같지 않다. 대신 올해 주총 시즌에는 주주행동 대신 사내·외 이사 재정비와 주주환원 정책 등이 주요 안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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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 주총 시즌에 행동주의 펀드 주주행동 타깃이 됐던 삼성물산과 KT&G, 금호석유화학 등에는 아직까진 별다른 주주제안이 접수되지 않았다. 주주제안은 주주총회 소집 통지 6주 전까지 회사에 서면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올해는 별다른 주주행동 없이 넘어갈 것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상장사의 정기 주총은 3월 중순에 열리기 때문에 주주제안 접수 마감은 1월 말에서 2월 초까지는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해 시티오브런던(CLIM)과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를 비롯해 5곳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대치했다. 당시 이 펀드들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올해는 주주 제안 없이 넘어갈 예정이다.
삼성물산 주주 행동에 참여했던 팰리서캐피털은 지난해 SK스퀘어에 대해서도 자사주 취득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지분 대부분을 매각함으로써 올해는 발언권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에 대해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둔화는 수치로도 집계된다.
영국의 기업 거버넌스 리서치 기관인 딜리전트마켓인텔리전스가 최근 발표한 '2025 주주 행동주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개적으로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의 대상이 된 기업은 총 66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77개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약 14% 감소한 수치다.
한국은 2020년까지만 해도 주주 행동주의가 미미해 해당 캠페인의 대상이 된 기업이 10곳에 불과했으나, 2024년에는 77개사로 급증하며 8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2025년에는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행동주의 펀드 관계자는 "주주행동은 1~2년이 아닌 중장기적인 이슈로 접근해야 한다"며 "기업마다 밸류업 프로그램 등 주주환원 조치를 하고 있어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 이사진의 전문성 높여라…임기 만료 사내·외 이사진 '물갈이'
대신 올해 주총 시즌에는 전문가 사내·외 이사진의 등장이 주요 안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내·외 이사에 반도체 전문가를 세 명 선임할 예정이다. 새 사외이사로 반도체 전문가인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내정했다. 사내이사로는 전영현 DS 부문장과 송재혁 DS부문 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선임 안건을 주총에서 승인받을 예정이다.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부문을 보강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IT와 반도체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이사진 개편을 추진한다. 새로운 사내이사에는 진은숙 현대차 ICT 담당 부사장을 내정했다. 현대차의 첫 여성 사내이사 선임이다.
또한, 글로벌 투자 및 기술 산업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수이 전 CPPIB(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의 글로벌 PE 대표, 도진명 전 퀄컴 아시아 부회장, 벤자민 탄 전 GIC(싱가포르 국부펀드) 아시아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추천됐다.
LG전자는 인적자원 관리 전문가인 강석춘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밸류업 효과'…지배구조 투명화·주주 환원 확대에 주목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는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게 바뀌는 곳은 포스코그룹이다. 포스코홀딩스는 회장의 3연임에 필요한 주주총회 가결 정족수를 2분의 1에서 3분의 2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포스코그룹은 연임과 무관하게 회장을 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친 1인을 보통 결의로 선임했다. 앞으로 3연임을 결정할 경우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보통 결의는 전체 주주의 4분의 1이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절반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반면 특별 결의는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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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거나 배당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약 3조48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는 한편, 추가로 3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추진할 방침이다.
현대차 역시 향후 3년간 4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자기주식 2%를 소각하기로 했으며, 금호석유화학은 2026년까지 주주환원율 40% 이상을 목표로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수년간 무배당 기조를 유지해 온 HD한국조선해양은 내달 주주총회에서 주당 5천100원의 현금 배당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밖에 셀트리온도 1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결의한 현금과 주식의 동시 배당안을 이번 주총에서 승인한 후 지급할 계획이다. 총배당금 규모는 약 1천537억 원이며, 보통주 1주당 현금 배당액은 750원이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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