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배당' 우리금융만 나홀로 강세…KB·신한·하나 '신중'
[우리금융지주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윤슬기 기자 = 우리금융지주가 '비과세 배당' 도입 효과로 주가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밸류업'이 최대 화두인 KB·신한·하나금융지주 등 경쟁사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그간 은행·지주 가운데 가장 보수적 배당 정책을 유지했던 우리금융이 비과세 배당을 통해 주가 차별화에 성공하고, 이를 조기 도입했던 메리츠금융이 신고가를 연이어 갱신하자, 경쟁 금융지주들 또한 도입 여부 및 기대효과에 대한 분석에 잇따라 착수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우리금융 주가는 1.16% 오른 1만7천420원으로 마감됐다.
여기엔 비과세 배당을 도입해 주주들의 실질 수익률을 개선하겠다는 배당정책을 내놓은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우리금융 주가는 비과세 배당 발표 직후 11거래일 동안 13.2% 뛰었다.
주가가 2거래일을 제외하고 대부분 오름세를 보였던 영향이다.
특히, 은행 계열 금융지주는 아니지만 비과세 배당을 조기 도입해 활용했던 메리츠금융이 전날 신한금융의 시총을 넘어선 점도 은행권 안팎엔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실적 및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은 경쟁 금융지주들은 정반대의 상황을 맞았다.
지난 5일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의 주가는 다음 날인 6일에만 6.7%가량 빠졌다.
주주환원 정책과 자본비율이 시장의 기대치를 하회했던 점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이달 내내 이어져 지난 5일 9만1천원이었던 KB금융 주가는 전날 8만2천원까지 빠졌다.
실적 발표 이후에만 10%가량 주가가 낮아진 셈이다.
신한금융 또한 실적을 발표한 이후 5만원이었던 주가가 4만7천200원까지 내렸다.
그나마 같은기간 하나금융 정도만이 6만2천원 안팎의 주가 수준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우리금융 주가가 '나홀로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원인을 비과세 배당에서 찾고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자본비율이 개선된 데다, 은행권 최초로 비과세 배당을 도입해 투자심리를 자극한 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금융은 지난 실적발표에서 자본잉여금 3조원가량을 이익잉여금으로 돌려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우선 향후 3~4년간의 배당 재원에 추가해 활용하고, 이후 추가적인 잉여금 전환 여부를 결정해 안정적인 배당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투자자들은 자본잉여금 전환에 따른 배당이 세제상의 혜택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우선 개인주주의 경우 원천징수(15.4%) 없이 배당금을 전액 수령할 수 있어 배당 수익이 18.2%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우리금융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포함되지 않는 데다, 법인주주의 경우 법인세 과세 이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KB·신한·하나금융의 경우 여전히 도입과 관련해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 중이다.
대부분 금융지주가 주주환원 옵션 중 하나로 비과세 배당을 내부 검토하고 있으나, 기대효과에 대한 분석을 끝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비과세 배당을 (주주환원 확대를 위한) 열린 옵션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비과세 배당 활용에 대한 사례가 누적되지 않은 만큼 먼저 도입한 곳들의 효과를 보면서 신중히 가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과세 배당의 본질은 결국 주주들이 낸 돈인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되찾아 간다는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과점주주가 명확한 곳은 적용이 용이하지만, 일반 금융지주의 경우는 사정은 조금 다른 측면도 있다"고도 했다.
메리츠·우리금융처럼 비교적 과점주주가 명확한 곳은 효과가 즉각적이지만, KB·신한·하나금융처럼 일반주주 구성이 큰 곳은 따져봐야 할 게 많다는 얘기다.
과세당국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비과세 배당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다.
비과세 배당이 주주이익 극대화에 효과적이라는 점엔 이견이 없지만, 향후에도 제한된 자본준비금 규모를 지속 활용할 수 있을 지는 고민거리다.
투자자 유형에 따른 혜택 뿐 아니라, 자본준비금에 대한 기여도와 분배 대상이 상이한 점도 선제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비과세 배당에 대한 과세당국의 스탠스가 명확한 지도 주요 스터티 포인트 중 하나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실제 납입 주주들과 비과세 혜택을 보는 주주들은 조금 다를 수 있는 점은 문제다"며 "법인 또한 과세이연 혜택을 보는 구조지 사실 비과세라고 볼 수는 없다. 최종 과세시엔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주환원 트렌드가 강화하고 있는 만큼 관련 내용에 대한 투자자들과의 소통은 향후 더 강화할 계획"이라며 "종합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3일 서울의 한 거리에 은행 ATM 기기가 설치되어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신한·하나·우리·KB·농협)들이 새해부터 생활·전세자금 등 가계대출 규제 완화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12.23 mj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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