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거버넌스①] 자사주 소각이 불러온 논란
전문가들 "삼성 지배구조가 적절한지 질문하고 공감대 형성해야"
[※ 편집자 주 =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소각 결정 이후 삼성그룹 거버넌스를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소각 결정이 오히려 밸류업에 역행한 탓입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삼성그룹 거버넌스 현황과 문제점 등을 다룬 기사 4편을 송고합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삼성그룹 거버넌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밸류업을 위해 자사주 취득·소각을 결정한 이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도해 시장의 우려를 키운 탓이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취득·소각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상승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금산분리 규제를 어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삼성전자 주가 하락 등으로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이 하락한 점도 이 같은 지배구조의 불안정성을 보여준다고 판단했다.
◇ 삼성전자 자사주 취득·소각…'삼성생명→삼성전자' 구조 문제점 드러내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2천338억원, 409억원 매도했다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 리스크를 사전에 해소하기 위해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8.512%, 1.488%다. 총 9.9997%다. 금산법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10%를 넘으면 금융위 승인이 필요하다고 규정했다.
실제 금산법 제24조 제1항 제3호에 따르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0 이상을 소유하고 동일계열 금융기관이나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속하는 기업집단은 그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금융위 승인이 필요하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10%를 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취득·소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15일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향후 1년 내 분할매입으로 자사주 10조원을 취득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같은 달 18일부터 2025년 2월 17일까지 보통주와 우선주를 각각 2조6천827억원, 3천173억원을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총 3조원 규모다. 삼성전자는 자사주를 취득한 후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에도 자사주 취득결정을 공시했다. 보통주 2조6천964억원, 기타주식 3천36억원이다.
시장은 삼성전자가 향후 자사주를 추가로 소각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다시 매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투자자도 우려하는 모습이다.
◇ 삼성그룹 거버넌스 문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소유 지배구조가 적절하지 못한 탓이라고 판단했다.
삼성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등으로 이뤄졌다. 최근 전문가들은 금융회사인 삼성생명이 비금융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금산 분리규제에서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 주식보유 한도를 설정한 건 경제력 집중과 이해상충 등을 방지하고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 같은 금산 분리 규제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강정민 연구위원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는 건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것"이라며 "이 같은 지배구조로 삼성생명 건전성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지배구조는 삼성생명 보험계약자에게도 리스크"라고 판단했다.
◇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삼성생명 건전성 '영향'
실제 이 같은 위험을 드러낸 사례가 최근 있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전분기(201.5%) 대비 8.0%포인트 하락한 193.5%를 기록했다.
삼성생명 K-ICS가 하락한 건 기타포괄손익누계액(자기자본) 등이 감소한 탓이다. 이는 시장금리 하락과 삼성전자 주가 하락 때문이다.
이런 시장금리 하락은 다른 대형생보사에도 해당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삼성생명 K-ICS 하락 주범으로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눈여겨봤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생명은 일반계정에서 삼성전자 보통주 5억815만7천148주(8.51%)를 보유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21.7% 하락했다. 지난해 전체로는 32.2% 내렸다.
이런 영향 등으로 지난 20일 삼성생명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며 지난해 말 기준 K-ICS가 18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3분기 말(193.5%)보다 13.5%포인트 하락한 셈이다.
K-ICS가 낮을수록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험업법 시행령 제65조 제2항 제1호에 따르면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 100분의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통상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 목표를 100%로 설정하고 관리하지 않는다. 여유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K-ICS는 지급여력금액을 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눠 산출한다. 지급여력기준금액은 생명·장기손해보험 리스크, 일반손해보험리스크, 시장리스크, 신용리스크 등을 반영해 산출한다.
이 중 시장리스크는 금리위험, 주식위험, 부동산위험, 외환위험, 자산집중위험 등으로 구분한다. 삼성전자 주식은 주식위험에 해당한다.
주식위험액은 선진시장상장주식, 신흥시장상장주식, 우선주, 인프라주식, 장기보유주식, 기타주식으로 구분해 측정한다. 삼성전자 주식은 선진시장상장주식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장기보유주식으로 검토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보유 주식을 장기보유주식으로 분류하면 주식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
선진시장상장주식위험액은 주가 35% 하락 시나리오를 적용해 산출하는 반면 장기보유주식위험액은 주가 20% 하락 시나리오를 적용해 산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장기보유주식으로 전환해도 삼성그룹 지배구조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 "삼성 지배구조 문제점 고민해야"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삼성그룹 거버넌스를 고민하며 개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 변호사는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보유를 투자라고 설명한다"며 "하지만 그 진짜 목적은 지배구조 고리를 연결하는 것이란 걸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보험계약자가 낸 돈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래서 금산분리 규제도 있고 삼성생명법 얘기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문제를 염두에 두고 방법론을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등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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