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거버넌스②] 삼성생명법 또 거론되는 이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취득원가로 평가해 문제 발생"
22대 국회에서도 삼성생명법 발의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삼성그룹 지배구조 등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또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삼성그룹의 이익 더블카운팅(중복계산) 비중이 국내 대기업집단 중에서 가장 큰 탓이다.
전문가들은 중복이익 비중이 클수록 주주가치와 거버넌스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공정가치로 평가하면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삼성그룹 중복이익 비중 최대…"주주가치 위협·거버넌스 훼손 우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최근까지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중복이익 비중은 코스피에서 평균 42.9%를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 같은 내용을 분석하며 삼성그룹 이익규모가 크기도 하지만 중복상장 구조, 삼성전자의 높은 이익 기여도, 금융계열사의 지분법 이익 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복이익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유통시장에 상장해 투자자가 동일한 기업가치를 두 번 계산하는 상황을 말한다.
중복이익은 종속기업, 관계기업, 금융자산 등으로 계산됐다. 신한금융투자는 금융자산 공정가치 변동이 총포괄이익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자산은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으로 볼 수 있다.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의 공정가치 변동분은 기타포괄손익에 반영된다. 이는 당기순손익이 아닌 총포괄손익에 영향을 끼친다. 일례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으로 분류했다.
◇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로 불거진 또 다른 문제
특히 삼성그룹 중복이익 중에서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탓이다.
이 같은 중복상장과 중복이익은 주주가치를 위협하고 거버넌스를 훼손할 수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중복상장하면 기업가치가 중복 계산되고 모회사 주가 할인이 나타나는 탓이다. 모회사 주주와 자회사 주주 간 이해상충이 불거질 수도 있다.
지배주주가 모회사에 유리하게 의사결정하면 자회사 일반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문제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소각결정으로 불거진 문제,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 하락 문제와 함께 삼성그룹 거버넌스 논의를 촉발했다.
◇ 삼성그룹 거버넌스 문제는 현재진행형
이 같은 문제 이외에도 삼성 거버넌스 문제는 진행 중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7일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정했다.
국회의원 김남근 등 16인은 지난 7일 이번 2심 재판결과가 기존 대법원 판결이나 행정법원 판결과 모순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지난 6일 논평에서 형사적으로 처벌되지 않는 부적절한 행위도 시장 신뢰를 무너뜨리기에는 충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처벌로 기업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을 기초로 한 주주의 감시시스템 정상화가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삼성그룹 거버넌스 문제는 산적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그룹 핵심계열사인 탓에 삼성그룹이 나서서 소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 삼성생명법이 다시 발의된 이유
보험사의 자산운용 규제기준을 취득원가에서 공정가치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내용의 삼성생명법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기존 구조를 개선하는 데 무게중심을 둔다.
보험업법 제106조 제1항에 따르면 보험사는 자산을 운용할 때 일정비율을 초과할 수 없다.
동법 제106조 제1항 제6호에 따르면 대주주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 및 주식 소유의 합계액은 일반계정에서 자기자본의 100분의 60을 초과할 수 없다.
자기자본의 100분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이 총자산의 100분의 3에 해당하는 금액보다 큰 경우에는 총자산의 100분의 3이다. 특별계정에선 각 특별계정 자산의 100분의 3을 초과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자산운용비율을 정할 때 보험업은 총자산과 자기자본을 시가로 산정하고 채권 또는 주식의 소유금액을 취득원가로 산정한다.
다른 금융회사는 계열사 채권 또는 주식 소유금액 등을 시가로 정한다. 실제 보험업감독규정 별표11(자산운용비율의 적용기준 등)을 보면 주식 또는 채권의 소유금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치로 평가하면 삼성생명은 보험업법 제106조를 위반할 수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가치가 커지는 탓이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정리해야 한다.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히는 셈이다.
최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에선 보험업법 제106조 제4항을 신설한다. 여기서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채권 보유액은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또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은 제106조의2를 신설한다. 이에 따르면 보험사가 보험업법 제106조를 위반해 주식을 보유하면 그 주식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또 보험사는 5년 이내에 제106조 자산운용비율을 준수해야 한다.
다만 금융위는 국내 금융시장 안정성과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훼손 우려 등을 고려해 그 기간을 2년 범위 내에서 기한을 정해 연장할 수 있다.
전문가들도 삼성생명법을 국회에서 처리하더라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단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진단했다.
거버넌스 한 전문가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삼성생명법 통과 이후 삼성생명이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적절히 매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등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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