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거버넌스③] "상법 개정 필요한 이유 보여줘"

2025.02.25 10:25

읽는시간 4

URL을 복사했어요
0
[삼성 거버넌스③] "상법 개정 필요한 이유 보여줘"

"상법 개정해 삼성생명 일반주주 이해관계 대변해야"



삼성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생명이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삼성생명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이 나타날 수 있는 탓이다.

실제 최근 사례처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는 일반주주 가치를 위협할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 등으로 삼성그룹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이 일반주주 관점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는 게 적절한지를 논의하는 과정과 시스템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상법을 개정해 삼성생명 이사회가 주주 충실의무를 준수하도록 하면 삼성생명 이사회가 지배주주뿐만 아니라 일반주주 이해관계도 대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삼성생명 일반주주가 살펴본 삼성전자 지분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삼성생명 보험계약부채는 202조5천875억원이다. 이 같은 보험계약부채는 삼성생명 자산의 64.8%를 차지한다.

투자계약부채, 계약자지분조정, 재보험계약부채 등도 있으나 보험계약부채보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중요한 건 삼성생명 자산에서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가 많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은 향후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계약부채로 조달한 자금 등으로 자산을 운용한다.

삼성생명 운용자산 중에서 가장 큰 건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167조581억원)이다.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은 평가손익을 기타포괄손익에 반영한다.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엔 국내외 채권과 주식 등이 있다. 삼성전자 주식도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전문가들은 이재용 회장과 삼성생명이 보험계약자 보험료를 이재용 회장 등 삼성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쓴다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이를 삼성생명 주주 관점에서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삼성생명이 시가총액 18조원이 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이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로 주식 비중 많은 삼성생명…다른 보험사와 '대조'

전문가들은 삼성생명 지배주주와 삼성생명 일반주주의 이해충돌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선 삼성생명 일반주주 입장에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는 실익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2021년 1월 11일 9만1천원(종가 기준)에서 전날 5만7천300원까지 37.0% 하락했다.

이 기간에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으면 하락률은 12.0%에 그쳤다.

같은 기간에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티커 VOO) 상승률은 58.5%다. 삼성전자 같은 기술주가 이 같은 상승세를 견인했다.

이 기간에 달러-원이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S&P500 ETF 상승률은 더 크다. 실제 환율 변동분이 반영된 국내 상장 S&P500 ETF 상승률은 104.0%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삼성생명의 주식 보유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한화생명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며 금리부자산이 일반계정 운용자산의 91%라고 발표했다. 주식 비중은 5% 정도다.

반면 지난해 기준 삼성생명은 일반계정 운용자산에서 주식 비중이 17.1%라고 설명했다. 이 중 삼성전자 주식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 보험업 자산운용 전문가는 "국내 금융당국의 규제상 국내 보험사 운용자산에서 금리부자산 비중이 높고 주식 비중이 낮은 편"이라며 "삼성생명은 지배구조상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독특한 편"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 변동성에 노출된 삼성생명 일반주주

더 큰 문제는 최근 2년간(2023~2024년) 삼성전자 주가 변동성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가는 32.2% 하락했다. 이 같은 영향 등으로 지난해 3분기 연결 누적기준 삼성생명 지배주주 기준 총포괄손실은 8조4천562억원을 기록했다. 그 결과 자기자본도 줄었다.

지난해 3분기 연결 누적기준 삼성생명 자기자본 움직임을 보면 삼성전자 주가 변동분은 마이너스(-) 4조3천억원이며 보험부채 할인율 변동분 등은 -8조3천억원이다.

지난해 전체로 삼성전자 주가 변동분은 -6조6천억원으로 손실 폭이 확대됐다. 보험부채 할인율 변동분 등은 -8조9천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 2023년 삼성전자 주가 변동분은 5조6천억원을 기록해 자기자본 증가에 기여했다.

보험사 입장에서 이 같은 변동성은 리스크로 분석됐다. 보험사는 보험계약자에게 안정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여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삼성생명은 시장금리 등에 따라 변액보증손익이 변동하는 걸 막기 위해 이자율스왑션 등 파생상품을 거래한 바 있다.

변액보증손익은 변액보험이 제공하는 최저보증 관련 손익이다. 이자율스왑션은 이자율스와프(IRS)와 옵션을 결합한 상품이다.

이처럼 삼성생명 입장에서 이익을 크게 내는 건 중요하지 않다. 손익이 고르게 나오는 게 더 중요하다. 파생상품 등을 활용해 손익을 헤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삼성생명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

이 같은 변동성에도 삼성생명 일반주주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보유량을 축소할지, 확대할지 등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삼성생명이 일반주주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셈이다. 삼성생명 소액주주 지분율은 29.49%나 된다. 국민연금의 삼성생명 지분율도 6.76%다.

삼성생명 주주와 달리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할 때 가장 유리한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인 것으로 지목됐다.

이재용 회장이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등의 구조로 삼성그룹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집단 삼성의 동일인은 이재용 회장이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생명 보통주도 2천87만9천591주(지분율 10.44%)를 보유했다.

이처럼 삼성생명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이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을 통해 삼성생명 이사회가 주주 충실의무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생명 모든 주주는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해 삼성생명 주식을 산다"며 "하지만 삼성생명이 전체 주주의 부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총수의 지배권을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상훈 교수는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해 이익을 보는 사람은 이재용 회장"이라며 "이 회장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통해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공고히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재용 회장 이익을 위해 삼성생명 일반주주의 돈이 사용되는 셈"이라며 "일반 주주는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이 나타나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사례다.

이에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 주장이 나온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이뤄지면 삼성생명 이사회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보다 더 좋은 자산에 투자할 필요성이 없는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원가로 평가하냐, 시가로 평가하냐는 문제는 본질을 벗어난 논쟁"이라며 "시가로 평가한다고 해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 거버넌스 전문 변호사도 "주식회사 본질은 돈을 낸 만큼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라며 "삼성이 적은 지분으로 큰 걸 지배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등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ygkim@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용갑

김용갑

돈 되는 경제 정보 더 보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