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요빈의 외환분석] 역풍 맞은 달러
(서울=연합인포맥스) 26일 달러-원 환율은 매크로 재료가 혼재된 가운데 제한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장 미국 금융시장은 경기둔화 우려가 커졌다. 최신 미국 지표가 부진하면서 증시와 미국 국채 금리는 위험회피 심리에 동반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상대국을 넘어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시작됐다.
간밤 미 콘퍼런스보드(CB)가 집계한 소비자 신뢰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소비 심리 위축을 보여줬다. 경제 주체들은 조사에서 최근 무역과 관세 불확실성을 언급하는 답변을 많이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금융시장에서 트럼프 기대감은 일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주가 하락에 이어 비트코인도 3개월 만에 9만 달러를 하회하는 등 약세가 깊어지고 있다.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로 강세를 보인 달러 가치도 반락했다. 달러 인덱스는 전장 106.261로 하락해, 국내장 종가 무렵(106.591)보다 0.31% 하락했다.
뉴욕증시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가 1.35% 하락했다. 대형주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47% 하락했고, 다우지수는 0.37% 올랐다.
한층 짙어진 위험회피 분위기는 달러-원에 상승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달러가 약세인 점을 고려하면 환율 상·하방 요인은 팽팽하다.
간밤 안전통화인 엔화 강세가 두드러지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달러-엔 환율은
한때 148.5대로 급락했다. 작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위험회피와 미국 국채 금리 하락은 엔화 강세를 지지한다. 대내적으로 일본 내 물가 상승과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조도 이를 뒷받침한다.
추가적인 엔화 강세는 작년 8월 초 주요국 증시 급락을 촉발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계감도 기저에 있다.
다만 달러-원은 최근 자산시장 및 다른 통화 간 연동성은 떨어진 점은 변수다.
간밤 환율을 고려하면 달러-원은 1,430원 초반대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달 들어 달러-원은 꾸준히 레벨을 낮추고 있다. 월초 1,470원에서 1,450원과 1,440원, 1,430원을 하향 돌파하면서 내려오는 모양새다.
아울러 국내 정치적 불안은 점차 해소되는 양상이다.
전날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은 마지막 변론이 열렸다. 약 2주 후인 3월 중순께 선고가 유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수순을 고려해 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환율이 급등한 점을 생각하면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전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간담회에서 지난달에 비해 정치적 불안 영향을 그대로 환율 상승분에 적용하긴 어렵고, 환율에 여러 불확실성 요인이 혼재돼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달러-원 하락 속도는 빠르지 않다.
월말을 앞두고 수급 구도에 큰 변화가 없다면 레벨 눈높이를 크게 낮추긴 쉽지 않을 수 있다. 최근 달러-원은 좁은 레인지에 갇힌 상황이다. 위에서는 네고 물량이 대기하고, 아래쪽에서는 결제 수요가 꾸준히 들어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 장에서 특별한 지표는 없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지난밤 1,428.80원(MID)에 최종 호가됐다고 전했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2.20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430.40원) 대비 0.60원 오른 셈이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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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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